윤석열정부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잠잠했던 장 의원은 전당대회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친윤(친윤석열)계 모임을 주도한 데 이어 당권주자를 만나는 등 정치행보를 넓히고 있다.
▲ 정치권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장 의원이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부부동반 만찬을 한 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서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장제원 의원은 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 단독으로 입후보해 선출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행정안전부(행안부)를 주요 감사 대상으로 한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를 비롯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추진되는 시점에 장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9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행안위원장을 맡게 된 장 의원은 이 장관을 적극 엄호하고 있다.
장 의원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이임재 전 용산 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법원이 현장 책임자마저 사실과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상민 장관의 책임부터 묻고 탄핵을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민주당은 이제 윤석열정부를 흔들기 위한 ‘이상민 탄핵 정치쇼’를 종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수사권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로 이태원참사에 관한 수사역량이 약화됐다는 정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SNS에 “(이임재 서장 구속영장 기각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경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사실패의 결정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경찰이 더 이상 영장 재청구나 보강수사를 할 것이 아니라 검찰에 넘기고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논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차기 당권에 관한 견해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당 안팎에서 장 의원이 실세로 복귀하며 전당대회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차기 당 대표가 수도권과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재 당권후보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윤심’이 담겼음을 시사해 일각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장 의원이 바로 반박하며 나섰다.
장 의원은 7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굳이 안 해도 될 말씀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 대통령은 전당대회 후보를 두고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주 원내대표를 직접 비판했다.
또 장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대통령은 그런(한동훈 차출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본다”며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됐던 ‘한동훈 당 대표 차출설’에도 선을 그었다.
실제 윤 대통령이 한 장관 당 대표 차출론에 관해 ‘정치인이 아닌 사람에게 왜 대표 이야기가 나오나’라고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 의원이 ‘윤심’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도 장 의원이 주목받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민공감은 앞서 장 의원이 주도했던 '민들레'가 이름을 바꿔 출범한 모임으로 차기 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윤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시 장 의원의 ‘민들레’ 모임 추진에 계파갈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장 의원과 신뢰관계를 강조하며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모였다.
권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에 “그 당시 (민들레를) 반대했는데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약간 오해가 있었다”며 “저와 장 의원은 오랜 기간 함께 의정활동을 해왔던 동지”라고 말했다.
장 의원이 당권주자를 직접 만나면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6일 당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기현 의원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의원이 윤 대통령과 관저에서 독대한 뒤 장 의원과 만난 것을 두고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다시 부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높아진 자신의 존재감에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전당대회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장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전당대회 룰 변경을 묻는 질문에 “내가 '몇 대 몇'이라는 얘기를 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기지 않을까”라며 “전대일정 등이 결정되면 그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