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반도체사업에서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사장이 시스템반도체 역량강화를 목표로 지속적 투자를 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만만찮고 시장에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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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위탁생산(파운드리)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이 애플 아이폰7에 통신칩 공급사로 선정되며 모바일사업분야에서 최초로 성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퀄컴이 단독으로 공급하던 물량의 일부를 빼앗아온 것이다.
인텔은 기존 주력사업이던 PC용 CPU의 수요가 최근 들어 급감하자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강력한 체질개선작업을 추진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모바일AP와 통신칩을 통합한 형태의 제품을 공급하는 퀄컴의 영향력도 시장에서 막강하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자체개발해 생산하는 통신칩의 시장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인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지난해 기준으로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소니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기가 어렵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소니의 잠재적 경쟁자지만 이른 시일 내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며 “소니가 최근 도시바 이미지센서사업부를 인수하고 생산라인도 증설하는 등 공격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소니가 도시바의 기존 이미지센서 점유율을 모두 확보하면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48%까지 끌어올리게 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이폰6S에 탑재되는 AP의 위탁생산을 대만 TSMC와 공동으로 담당해 시스템반도체사업부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7의 AP 생산물량을 TSMC에 모두 맡겼다는 관측이 나오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실적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600억 원을 내는 데 그쳐 지난해 하반기 추정치인 4100억 원에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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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개발해 생산하는 이미지센서와 AP(모바일프로세서). |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최근 경영진단을 받은 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실적부진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김기남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중국업체의 대규모 투자로 공세가 심해질 가능성에 대응해 기술장벽이 높은 시스템반도체를 ‘반도체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기술개발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D램의 미세공정개발과 3D낸드 대규모 투자로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시스템반도체에서 효율적 투자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체개발 AP와 AP 위탁생산, 이미지센서와 통신칩에 이어 사물인터넷 반도체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며 “확실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제품에 역량을 더 집결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