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가 돌아가면서 비윤(비윤석열)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견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전당대회 룰(규칙) 변경을 비롯해 친윤 주자 단일화 가능성 등 유승민 전 의원이 마주할 산이 높다.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당권에 도전할 것인가?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친윤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 전당대회 개최를 검토하는 가운데 대표 경선 '룰'이 분란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여야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을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으로 정하면서 9일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시기 및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규칙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전당대회 개최 일정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결정하며 투표 비율 등 룰 변경은 당헌·당규 개정특위와 비대위의 검토를 거쳐 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을 통해 확정한다.
윤핵관이 '윤심'을 등에 업고 발 빠르게 전당대회를 추진하더라도 현재로선 뚜렷한 대세론을 형성한 친윤계 당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바꿀 공산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야당 대표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존재감은 크지만 당 안팎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3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15%), 안철수 의원(11%), 김기현 의원(5%), 황교안 전 국무총리(4%), 조경태 의원(2%), 윤상현 의원(2%)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역선택 방지를 위해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선 나경원 부위원장(28%), 안철수 의원(15%), 유승민 전 의원(12%), 김기현 의원(10%), 황교안 전 총리(7%), 조경태 의원(3%), 윤상현 의원(2%) 등으로 나 부위원장이 가장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에다 당 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인 현행 룰을 8대2 또는 9대1의 비율로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내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유 전 의원으로선 당원투표 비율이 더 높아지면 전당대회 승리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유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윤심을 업은 김은혜 후보에게 석패하기도 했다. 당심을 잡아야 당권을 잡는 구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1월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 4인방이 한남동 관저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윤핵관들과 함께 논의를 했다고 하면 이것은 유승민 전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당대표를 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중을 둔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자 하는 그런 결의대회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 전 의원을 깎아내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이끌었던 강신업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유승민, 이준석 등 내부투쟁에만 몰두하는 내부총질러들을 모두 일소해 국민의힘을 뿌리째 바꾸고 명실공히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여당다운 여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유 전 의원을 저격한 것을 윤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읽는 시선도 존재한다.
전당대회 룰 변경뿐만 아니라 친윤계 당권주자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윤계 주자 여럿이 당내 지지를 나눠갖는다면 유 전 의원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으나 한곳으로 힘이 집중되면 그만큼 유 전 의원이 상대하긴 어려워진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른바 친윤 그룹이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전체적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친윤 후보가 가시화되고 단일화되면 이른바 유승민 현상은 완전히 꺼져버린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는 "그렇게 본다"고 대답했다.
여권 일각에선 현재 유력 당권주자들 가운데 마땅한 친윤 인사가 없다는 점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당대표 출마설도 흘러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인 한 장관이 출마하면 단일화 논의가 없더라도 단일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