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중국 조선사들과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도 넘보면서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맹추격하고 있다.
다만 국내 조선3사는 여전히 중국 조선사들과 앞선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고도화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자율운항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 산업 육성이 내년부터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3일 준공된 울산 동구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에 실증장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 실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자율운항선박의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자율운항선박의 기술개발사업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1603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자율운항선박의 항해를 위한 근거 법률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기준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은 기술개발 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된다. 선원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1단계, 선원이 승선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2단계, 선원 없이 원격으로 제어하고 주요 기능이 자동화한 3단계, 완전무인 자율운항이 가능한 4단계 등이다.
현행 선원법에 따르면 항해하는 선박에는 반드시 일정 수 이상의 선원이 탑승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국제해사기구 기준에 따른 3단계 자율운항선박이 항해하기 위해서는 무인선박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10월19일 발표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에도 ‘기술 초격차’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2026년까지 국제해사기구 3단계 수준인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최근 국회에서도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자율운항선박 촉진법)’이 입법예고됐다.
이 법은 자율운항선박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의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
이 법에는 △자율운항선박에 관한 여러 정의 규정 신설 △산업부 및 해수부 장관 공동 소속으로 자율운항선박 정책위원회 설치 △자율운항선박의 시범운항 또는 실증 때 선박검사의 특례, 선박시설기준의 특례, 승무정원의 특례 등의 적용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 조선사들과의 기술격차를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꼽힌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이 세계 선박 수주점유율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국내 조선3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형 LNG운반선을 중국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26척을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척보다 크게 확대했다.
국내 조선3사의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가득 찬 틈을 타 중국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운반선 시장을 넘보고 있는 만큼 더 나아간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자율운항선박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요소기술이 집약된 미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자율운항선박은 다양한 해상환경을 스스로 인지 및 판단해 최적 운한경로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높이고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선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은 사람이 운항하는 기존 선박과 비교해 효율성 측면에서 물류흐름을 10% 이상, 경제성 측면에서 운용비용을 22% 이상, 안정성 측면에서 인적 과실에 따른 해양사고를 75% 이상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조선3사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과 관련한 성과물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한국조선해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율운항 계열사(아비커스)를 따로 두고 자율운항선박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비커스는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선박의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탑재될 대형선박용 자율운항솔루션(하이나스 2.0)을 수주하며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을 상용화했다.
아비커스는 10월 말 레저보트용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뉴보트)을 내놓고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선박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11월 22일과 24일 각각 자율운항선박의 해상 기술검증 및 실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를 건조해 자율운항선박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시험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율운항솔루션(DS4 Safe Navigation)의 기술검증을 마친 것인데 한국선급과 함께 이 기술에 관한 인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자율운항솔루션(SAS)을 탑재한 목포해양대학교의 실습선 세계로호를 활용해 자율운항선박 해상 실증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해수부로부터 ‘자율운항솔루션(SAS)의 선박 실증을 위한 선박안전법 특례’를 승인받았다. 이는 자율운항실증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장영진 산업부 차관은 최근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을 내놓으며 “자율운항선박 등 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미래 선박시장의 환경 변화는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지닌 우리 조선산업에는 기회요인”이라며 “이런 기회를 활용해 우리 조선산업의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