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에 해당하는 리튬의 공급부족 현상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가격도 점차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나왔다.
리튬 수급과 원가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 배터리 3사가 내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 중국업체들이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감축하면서 리튬 공급과잉 현상도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 배터리업체 고션하이테크의 생산공장 내부. |
오스트레일리안비즈니스리뷰는 30일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배터리 과잉 생산이 올해 전체 리튬 수요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리튬 수요는 공급을 약 9만 톤가량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자연히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리튬 가격도 급상승했다.
전체 리튬 수요 가운데 8만5천 톤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과잉 생산한 것으로 판단되는 배터리 물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업체들이 내수시장의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고 축적에 나서면서 리튬 공급부족 현상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전기차가 전체 차량 판매비중의 20%를 웃돌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수요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연히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올해보다 생산량을 축소할 수밖에 없어 리튬 수급 상황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내년 리튬 공급부족 물량은 1만5천 톤 가량으로 올해와 비교해 6분의1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리튬 평균 단가도 올해 상반기 1톤당 6만7500달러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4만7500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2018년에 나타났던 것과 비슷한 리튬 가격 붕괴가 내년에 재현될 수 있다”며 “최근 중국 시장 동향을 볼 때 리튬 수요는 이미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리튬 공급부족 완화의 배경이 중국 배터리업체의 생산 감축이라는 점은 곧 리튬을 제외한 코발트와 망간 등 다른 주요 소재의 공급부족 상황도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이런 시장 변화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올해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확대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았다. 리튬 가격 상승도 배터리 원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예상대로 내년부터 리튬 등 소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낸다면 공급 물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실적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고객사들의 배터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외형 성장과 이익 증가를 모두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수익성보다 점유율을 우선순위에 두고 배터리 생산을 꾸준히 늘려 소재 수급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량의 재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중국 경쟁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저가 공세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한국 배터리 3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리튬 전체 공급량이 수요를 22% 정도 밑돌 것이라는 중장기 전망도 제시했다. 리튬 공급부족 사태가 이른 시일에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