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3사가 5G 통신용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용 기지국을 갖추는데 소홀하면서 정부가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칼을 빼들었다.
28GHz 주파수는 그동안 수요가 많지 않았으나 내년 이후 트래픽 집중 지역을 중심으로 쓰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8GHz 주파수를 다시 할당받지 못하게 되는 이동통신사의 고객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나온다.
▲ KT와 LG유플러스가 정부의 28GHz 주파수 할당취소처분을 받음에 따라 해당 고객들의 이용편의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 방침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 둘 중 한 곳은 28GHz 주파수를 놓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최근 KT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28GHz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면서 통신업체 이외에 새로운 사업자 1곳에 취소한 주파수를 새로 할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KT와 LG유플러스 가운데 1곳은 주파수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가운데 28GHz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기지국 설치 수량 미달 등 중대한 미비점이 발견돼 KT와 LG유플러스에는 주파수 할당 취소처분을 내렸다. SK텔레콤은 그나마 기준 점수를 넘겨 내년 11월30일까지였던 주파수 이용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28GHz 대역은 또다른 5G 주파수인 3.5GHz와 비교해 커버 영역은 좁지만 인구밀집 지역에서 트래픽을 분산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또한 초고속, 초지연, 초연결의 특성을 지녀 가상현실, 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번 주파수 할당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서 소비자들이 5G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얻을 편의성은 한층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주파 대역의 트래픽 분산기능을 고려한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구축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통3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28GHz 관련 실증을 마치고 2호선과 5~8호선에 공동으로 통신장비 구축을 진행해 왔다.
과기정통부는 청문절차를 거쳐 KT와 LG유플러스의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가 완료되면 취소된 주파수 대역 가운데 1개는 기존 통신사업자가 아닌 신규사업자 진입용도로 별도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24일에는 ‘28GHz 신규 사업자 지원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28GHz 대역 서비스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호제어용 주파수도 함께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신호제어용 주파수는 4G와 5G를 함께 사용하는 NSA(비단독모드) 환경에서 단말기의 네트워크 접속과 과금, 등록 등에 활용되는데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정부는 주파수 이용단위를 반드시 전국단위로 한정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단위 주파수 활용이 가능해져 5G 특화망(이음5G) 사업자에게 유리한 정책지원이 될 공산이 커 이들의 참여를 이끌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5G특화망은 건물이나 공장단위로 주파수가 할당돼 있는데 네이버나 LGCNS와 같은 특화망 서비스 업체들이 새롭게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넓힐 발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이동통신 3개사가 기지국을 갖추는데 소홀했던 이유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환경이 무르익지 않았던 탓도 있다.
이에 이통3사는 이미 28GHz 주파수 무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처리를 2020년 4분기에 마무리 지어 재무 관점에서는 이번 정부 주파수 할당 취소 결정으로 별다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상차손이란 유무형자산의 가치가 취득할때보다 하락했을 때 이를 장부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내년부터 28GHz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해당주파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KT나 LG유플러스 고객은 5G통신 서비스에서 불편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초고주파수 사용은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는데 필수적이다”며 “통신사 이외의 다른 사업주체가 28GHz 주파수를 받아가게 된다면 경쟁력 측면에서 28GHz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은 사업자와 고객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