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앱’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카카오와 토스 등 빅테크 및 핀테크기업을 따라잡으려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앱과 유사한 ‘슈퍼앱’을 개발해 고객 편의성을 서둘러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주요 금융지주들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앱’ 전략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왼쪽부터) KB스타뱅킹, 신한쏠(SOL), 하나원큐, 우리원(WON)뱅킹 앱 로고. |
17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은행 앱인 ‘KB스타뱅킹’을 슈퍼앱으로 강화하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KB증권과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6곳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탑재한 새 KB스타뱅킹을 선보인 뒤 KB스타뱅킹의 서비스 제공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슈퍼앱 전략은 KB금융지주와 결이 조금 다르다. KB금융지주는 기존 은행앱인 KB스타뱅킹을 슈퍼앱으로 키우려 하고 있는데 신한금융지주는 아예 별도의 앱을 새로 따로 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전략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다.
KB금융지주의 전략은 기존 KB스타뱅킹 고객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슈퍼앱에 너무 많은 기능을 담으면 앱이 무거워지고 고객의 불편도 커질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구동력을 좋게 하는 데 전략의 우선순위를 뒀다고 볼 수 있다.
대신 KB스타뱅킹이 기존 고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지주는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이 별도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기존 계열사 앱인 신한은행 ‘쏠(SOL)’이나 신한카드 ‘신한플레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분야에서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열린 ‘신한 디지털 데이’ 행사에서 내년 여름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출시할 것이며 기존 계열사 앱과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 두 가지의 경쟁력을 각각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슈퍼앱이라는 표현은 쓰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앱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슈퍼앱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은행 주도의 종합금융플랫폼 ‘하나원큐’와 카드 중심의 결제 및 라이프스타일플랫폼 ‘원큐페이’를 중심으로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우리WON뱅킹’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와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슈퍼앱은 한 마디로 ‘통합앱’이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주요 계열사마다 앱을 따로 두고 사업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슈퍼앱이 있으면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금융기능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은 슈퍼앱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기능이 한 곳에 모이면 기존보다 사용 편의성이나 확장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현재 계열사별로 앱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고객들은 일일이 앱을 내려받아야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각기 다른 앱에 접속해 고객 정보를 입력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로 토스는 ‘원앱 전략’으로 고객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토스는 토스 플랫폼에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을 넣고 하나의 앱에서 금융 업무를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빅데이터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금융권 플랫폼 월활성이용자수(MAU)는 토스가 1349만 명으로 가장 많다. 카카오뱅크가 1292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1126만 명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에게 슈퍼앱은 빅테크 및 핀테크기업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은 빅테크·핀테크기업과 비교해 카드, 보험 사업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가 더 많아 이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맞춤형 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여러 앱을 이용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크게 불편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도 슈퍼앱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