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한국 컨소시엄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추진하는 미래도시 네옴시티에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사진은 네옴의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을 위에서 내려다본 조감도. <네옴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가 700조 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미래도시 ‘네옴’ 프로젝트에서 터널 공사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인프라 건설에도 참여한다.
사우디는 100% 친환경에너지 도시를 목표로 하는 네옴시티에 대규모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이 계획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등 한국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기업 5곳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이 오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번 협약 체결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새벽 한국에 입국하는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에서 하루를 머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SK, 현대차, 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차담회 등 일정을 소화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에서 사업비 5천억 달러(약 700조 원)을 투입하는 네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한국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네옴시티 관련 사업을 위한 논의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20년 동안 운영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공장은 그린수소·암모니아를 한 해 120만 톤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프로젝트 규모가 65억 달러(약 8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 협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삼성물산 등 한국 컨소시엄은 단순한 시공과 운영이 아니라 투자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은 협약 체결 뒤 사우디 현지에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2023년 1분기 구체적 사업조건 등을 협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2025년에는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네옴시티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춰 도시 운영에 필요한 친환경 수소에너지를 공급할 공장도 준공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업무오찬에 앞서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힘을 싣고 있는 미래도시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규모 부지에 건설된다.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을 핵심으로 팔각형 최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사우디는 이 네옴시티에 바닷물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수소를 도시운영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등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글로벌 수소유통시장의 거점이 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네옴시티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 수소 수출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린수소는 수소 생산방식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원자력 등을 사용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를 말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진정한 친환경수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그린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한 것이 그린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대량으로 유통하는 가장 용이한 형태로 평가된다. 수소를 압축해 액체로 운반하려면 영하 253도 수준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암모니아 형태로는 영하 34도 정도의 환경만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해 초부터 사우디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그린수소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
앞서 삼성물산과 포스코는 올해 1월 한국-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서 사우디 국부펀드와 사우디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3자 양해각서를 맺었다.
삼성물산은 이번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우디와 네트워크를 더욱 밀접히 다지면서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는 약 700조 원이 투입될 대형 프로젝트이지만 굵직한 사업들의 발주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중동 건설전문 매체 MEED에 따르면 지금까지 네옴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전체 예산의 2.6% 수준인 약 130억 달러에 그친다.
삼성물산은 네옴 프로젝트에서 현재 발주된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더 라인’의 터널공사를 현대건설과 함께 수주해 네옴의 핵심 인프라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재용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친분 관계로 주목을 받아왔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9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승지원’에서 이 회장을 비롯해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을 만났다. 당시에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 빈 살만 왕세자도 부총리이던 시절이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9월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삼성물산이 건설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 회장은 그 뒤 같은 해 9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다시 만나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비전2030’ 관련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IT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3년 전인 당시부터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에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등이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삼성물산이 최근 신사업부문에서 수소생산과 활용 등 친환경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우디 그린수소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행보가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뒤 IR보고서를 통해 수소분야에서 기술역량 확보 등에 힘써 본격적 사업화를 진행하고 스마트시티분야에서는 사우디 네옴 등의 사업에 참여해 스마트시티와 연계한 신재생, 복합상품 사업기회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