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태양광기업들에 햇볕이 든다는 낙관적 전망이 모처럼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의 하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 모든 영역을 장악한 중국기업들과 경쟁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등 국내 태양광기업들이 중국기업과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차세대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
최근 국내 태양광기업들에게 우호적 여건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 공급난 속에서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태양광 채택이 많아질 조짐이 나타나고 미국과 중국 갈등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강화됐다.
중국기업들과 경쟁관계인 국내 태양광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태양광산업에서 중국기업들과 경쟁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는 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 가운데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것들 일부가 사실은 중국산 제품이란 의혹이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 태양광 프로젝트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유보된 일이 있었다.
미국은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문제를 이유로 신장위구르에서 만든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제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제재를 피하려고 중국산 제품을 동남아산으로 둔갑시켜 우회 공급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의혹 대상 제품들의 2년간 관세 유예 조치를 내린다. 면죄부를 준 셈이다.
중국에서 공급하는 값싼 태양광 제품이 미국의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데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국 태양광기업들은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얻게 됐을까?
태양광산업에서도 중국이 산업을 육성하는 전형적 방법인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산업 발전 초기에 보조금 지급,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을 제공해 미숙한 산업을 빠른 속도로 키우는 것이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내수시장이 중국기업들을 받쳐주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태양광산업에서는 값싼 전기료도 큰 역할을 했다.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이나 핵심 부품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 중 전기료 비중이 매우 높다.
다른 나라의 경쟁기업보다 값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도 해안 공업지역의 전기료는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태양광 제조공장들이 있는 서부 내륙 지역은 전기료가 매우 저렴하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 서부 내륙에는 폴리실리콘의 원재료인 메탈실리콘이 대거 매장돼 있다. 메탈실리콘은 매장량 자체가 풍부한 자원이지만 생산지역이 편중돼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산업을 적극 육성한 배경에는 그들의 고질적 전력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깔려 있었다.
작년과 올해 중국이 전력난으로 고생한다는 말이 들려오는데 사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당히 고질적 문제다.
넓은 땅과 인구를 보유한 데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데 따른 숙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래 에너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태양광산업은 중국정부 차원에서도 반드시 경쟁력을 키워야 할 전략산업이었다.
국내 태양광기업들이 중국의 태양광 패권을 넘어서려면 현재의 태양관산업의 판을 완전히 뒤엎을 필요가 있다.
판을 뒤엎으려면 현재 폴리실리콘 기반 방식의 태양전지를 교체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현재 대세인 폴리실리콘 기반은 1세대 태양전지 기술이다. 2세대 태양전지인 박막형 태양전지는 제조공정상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전 효율이 떨어져 시장 점유율이 1세대 태양전지보다 낮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게 3세대 태양전지다.
3세대 태양전지에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유기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1893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처음 발견된 산화칼슘티타늄 광물이다. 미국, 스위스, 스웨덴, 독일 등에서 채굴된다. 원료의 가격 자체도 높지 않고 폴리실리콘 원료인 실리콘메탈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게 매력적이다.
폴리실리콘 태양전지가 1천℃ 이상 고온에서 생산공정이 이뤄진다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400℃ 이하의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생산비용이 낮으면서도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변환효율은 오히려 높다. 반투명의 가벼운 성질 덕분에 건물벽면, 발코니 등에 건물일체형으로 쓸 수도 있다.
기존 폴리실리콘 태양전지에서 한국기업들은 중국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이나 원재료 확보 능력 측면에서 열세였는데 페로브스카이트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극복되는 셈이다. 기술력이 가장 큰 경쟁 지점이 되는 만큼 전보다 유리해 지는 것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양산 목표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기술개발 중에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국책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중소기업, 학계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손잡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공정 기술개발 과제 수행협약도 맺었다.
업계에서 한화솔루션의 페로브스카이트 연구개발에 기대가 큰 것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에서 한국이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연구원은 25.8%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식 보고된 세계 최고 효율이다.
물론 페로브스카이트가 조만간 도입될지, 상용화에서 대세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단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중국기업과 경쟁구도를 가격 경쟁력 중심에서 기술 경쟁력 중심으로 바꿔야만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우리가 우위에 있는 산업들을 보면 가격 경쟁력 열세를 기술력으로 상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태양광에서도 차세대 기술에 길이 있지 않을까?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기술개발에서 선전하길 기대해 본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