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22년 3분기 대만 반도체기업 TSMC 주식을 신규매수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반도체기업인 TSMC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데 베팅한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워런 버핏(사진)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가 2022년 3분기 대만 반도체기업 TSMC를 매수했다. |
버크셔해서웨이가 현지시각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2년 3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13F)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7~9월 TSMC 주식 매수에 약 41억 달러(약 5조 원)를 사용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대만증시에 상장된 TSMC 주식이 아닌 TSMC가 미국 증시에서 발행한 ADR(주식예탁증서)를 매수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TSMC ADR 6천 만 주를 주당 평균 68달러 정도에 사들였다.
14일 종가 기준 TSMC ADR 주가는 72.8달러다.
이날 장 마감 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보유 현황(13F) 보고서가 공개되자 TSMC 주가는 애프터장에서 6% 가까이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투자로 TSMC 지분 1.15%를 보유하게 됐다.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TSMC 비중은 1.4%로 10번째로 높아졌다.
TSMC는 시가총액 500조 원으로 엔비디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370조 원이다.
이 때문에 워런 버핏의 TSMC 투자를 반도체 업황 반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경기둔화 여파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올해 들어 40% 넘게 떨어졌고 TSMC 주가도 최근 1년 동안 37.53% 하락했다.
워런 버핏은 저가매수를 통해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투자자인 만큼 최근 TSMC를 비롯한 반도체기업의 현재 주가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워런 버핏은 올해 초에도 저평가돼 있던 옥시덴탈, 셰브론 등 정유기업 주식을 대거 매수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이 기업들을 포함한 정유기업의 주가는 1년도 안 돼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버핏이 반도체업황 자체를 낙관적으로 봤다기보다는 TSMC의 파운드리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고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로 삼성전자 등과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파운드리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애플이 삼성전자 등과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며 사실상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16년 애플에 처음 투자를 시작했고 현재는 포트폴리오의 40% 이상이 애플로 구성돼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3분기 TSMC 이외에 미국 건자재업체 루이지애나퍼시픽과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 주식도 각각 580만 주(지분 6.74%, 약 3억 달러), 43만 주(지분 0.12%, 약 1300만 달러 ) 신규투자했다.
또 이미 보유하고 있던 옥시덴탈, 셰브론 등 정유기업의 지분을 확대했다. 반면 U.S뱅코프, 뱅크오브뉴욕멜론, 액티비전블리자드 등의 지분은 축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들어 9월까지 주식 매입에 사용한 돈은 660억 달러(약 87조8천억 원)”이라며 “이는 2021년 같은 기간에 사용한 금액보다 13배가 넘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