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의 전기화는 각종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특히 고로 가열을 위해 선탁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제철산업에서는 전기로 등 도입이 불가피하다. 사진은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도입된 전기로의 모습. <현대제철> |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 속에 산업의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한국전력공사(한전) 독점 체제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기화(Electrification)란, 기존에 다른 형태로 이용되던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공급 및 소비하는 변화를 뜻한다. 전기차, 전기로 철을 녹이는 전기로, 컴퓨터 서버의 열로 난방 하는 데이터센터가 전기화의 대표 사례다.
이렇듯 전기화가 전 산업 부문에서 진행될수록 전력 수요는 증가한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력 수요는 2018년 4억5200만 TOE(석유환산톤, 에너지의 양을 석유 1톤을 연소 시 발생하는 에너지로 환산하여 표준화한 단위)이던 것이 2050년엔 10억 TOE 이상으로 는다.
화력발전 전면 중단 등 탄소배출을 최소화 하는 시나리오 A안은 전체 에너지수요 중 46.9%가, 화력발전을 잔존시키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적극 활용하는 B안은 44.9%가 전력 수요일 것으로 예측됐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전체 에너지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는 두 배 이상 증가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된다. 전력 공급이 그만큼 늘어야 한다.
▲ 2018년 대비 2050년 최종에너지원별 에너지 수요. |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20년에 내놓은 ‘유럽의 탄소중립 달성방안’ 보고서를 통해 `전기화와 탄소중립 전력(Electrification and Carbon-neutral power)`을 탄소중립 이행 수단들 가운데 감축량의 44% 비중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꼽기도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탄소중립 전력’이라는 전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뿐 아니라 이미 시작된 RE100, 내년에 본격화할 탄소 관세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발간한 ‘2050 넷제로 로드맵’은 전 세계의 넷제로 즉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20년 17%에서 2030년 44%, 2050년 77%로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세계 평균보다 낮다. 2021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7.5%다. 세계 평균보다 9.5%포인트 낮다. 반면, 석탄이 34.3%, 가스가 29.2%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3.5%에 이른다. 원자력은 27.4%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이제는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전력 공급 제도는 이름은 시장이지만 실제로는 독점 체제로 계획경제 스타일처럼 굴러간다”며 “더욱 복잡해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 권한을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전력시장은 한전이 송배전망을 모두 소유하고 있으며 단독 사업자로 전력거래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한 뒤 공급하는 구조다.
한전이 전력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발전소에 과도한 원가 및 수익을 보상해 주는 보상체계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전력구매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시설비용, 환경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연료비용만 원가로 고려하는 방식은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전 적자 부추기는 전력시장 보상제도와 거버넌스’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내 전력시장 구조는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대상으로 기준 없는 출력 제한이 실시되는 등 화석연료 발전원과 재생에너지 사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에서 탈피해 재생에너지 등에 동등한 계통접속, 공정한 보상체계를 제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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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760만 톤(CO2eq).’ 2030년까지 한국의 에너지와 산업 부문이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량이다.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 미국이 2024년부터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매기겠다는 관세다.
‘20조 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포스코가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다.
탄소전쟁이 시작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빌미로 선진국들은 관세로, 공시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저탄소 기술과 넓은 대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무엇에 대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기간을 맞아 우리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준비해야 할 도전과제들을 4회에 거쳐 살펴본다.
[탄소전쟁](1) 삼성전자도 '긴장 당황', 탄소 앞세운 경제전쟁 막 올랐다
[탄소전쟁](2) 탄소중립에 산업의 '전기화' 불가피, 한전 감당할 수 있나
[탄소전쟁](3) 선진국의 3가지 무역장벽, 관세와 공시 그리고 RE100
[탄소전쟁](4) 탄소전쟁 예견 박호정 고려대 교수 "성장자본 축적으로 대응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