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1-08 14: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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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한다.
구 사장은 KT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모두 높이는 데 성공했고 미디어 등 KT의 신사업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구현모 사장이 8일 연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KT 이사회는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등 사법리스크와 정치적 외풍 등이 구 사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8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사장이 연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KT 이사회는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23년 3월30일까지다.
KT 이사회는 현 대표이사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T의 경영성과로만 보면 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 KT는 연결기준으로 1조1595억 원의 영업이익 거뒀다. 하지만 구 사장이 취임한 뒤 2년 만인 2021년 KT의 영업이익은 1조6718억 원으로 2년 사이에 44.1%나 증가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KT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7일 종가 기준 KT 주가는 3만6300원으로 3년 전인 2019년 11월7일 주가 2만7050원보다 34.19% 상승했다. 구 사장이 취임하기 전 KT 주가가 오랫동안 하향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3년 동안의 KT 기업가치 상승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KT의 신성장동력인 미디어 사업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KT의 미디어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ENA채널을 통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방송해 최종화 기준으로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유료방송채널 가운데 올해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
KT스튜디오지니는 2024년까지 5천억 원을 투자해 20여 편이 넘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해 ENA채널 등을 통해 방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1월1일에는 KT그룹의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해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스카이라이프TV는 12개 채널을 확보해 CJENM에 이어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가운데 2위로 올라섰다.
KT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증권업계에서는 구현모 사장의 연임이 KT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 사장의 재선임 여부가 KT 주가의 주요 요인으로 구 사장이 재선임에 실패하면 KT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면 재선임될 경우 2022년까지 유효한 배당정책의 연장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 사장은 KT 회삿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약식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았고 현재는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법리스크는 구 사장이 2019년 KT 사장 후보로 거론됐을 때도 문제가 됐지만 당시 KT 이사회는 ‘재임 기간 중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사임을 한다’는 조건을 걸고 구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서는 현재 이와 같은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구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네트워크 품질 논란 등 통신 본업에서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던 점도 구 사장의 연임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2021년 4월 유명 유튜버는 KT의 ‘10기가 인터넷’ 요금제의 인터넷 속도가 100Mbps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KT는 과징금 5억 원을 부과 받았는데 이 사건으로 KT가 가지고 있던 초고속인터넷 1등 이미지가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KT 최고경영자 자리는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끊임없이 정치권에 휘둘렸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최고경영자가 불명예 퇴진을 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올해는 정권이 교체된 첫해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KT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 사장이 오래전부터 연임 의지를 자주 드러냈고 성과도 뚜렷해 그만큼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KT 최고경영자 자리는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