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적자로 전환하게 되면 10년 만의 영업손실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은 물론 롯데쇼핑의 믿을 만한 현금창출원이라는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신동빈 회장이 조만간 롯데하이마트에 강도 높은 쇄신책을 주문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인적쇄신을 단행할 수도 있다.
현재 롯데하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황영근 대표이사는 2020년 8월 갑작스럽게 실시된 고위급 인사를 통해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1992년 롯데백화점 홍보 담당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 2005년 롯데백화점 가전부문장, 2008년 리빙패션부문장, 2011년 일산점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롯데하이마트로 자리를 옮겨 상품전략부문장, 가전부문장, 상품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차례대로 거쳤다. ‘구매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해 2019년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에 올라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20년 8월 실시된 인사에서 롯데하이마트 수장에 발탁됐다.
당시만 해도 황 대표는 전임 수장인 이동우 대표(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뒤를 이어롯데하이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황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경영에서 평가에 걸맞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실적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분기부터다. 당시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0년 2분기와 비교해 각각 11.4%, 52.3% 줄었다.
이후에도 롯데하이마트는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잇따라 적자를 내기도 했다. 올해 2, 3분기에는 소폭 흑자를 냈지만 두 분기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10억 원이 되지 않는다.
황 대표는 여섯 분기 연속으로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하락을 끊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무척 아쉬룰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의 반전을 위해 여러 전략들을 추진했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전략이 롯데하이마트 실적 회복에 오히려 해가 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롯데하이마트의 오프라인 점포 폐점은 황 대표가 롯데하이마트 수장에 오른 뒤 꾸준히 추진해온 대표적 전략인데 이 전략이 가전시장에서 롯데하이마트 점유율 하락의 이유를 제공했다는 분석은 황 대표에게 뼈아픈 지점이다.
황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매장 수를 계속 줄였는데 그 수만 2021년 17곳, 2022년 1~3분기 19곳 등 36곳이나 된다. 4분기에는 추가로 12개의 매장을 더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발간한 롯데하이마트 분석 리포트에서 3분기 실적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점유율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의 3분기 매출은 16% 감소했는데 가전제품(-3.9%), 통신기기 및 컴퓨터(-8%) 등 산업의 성장률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이다”며 “이는 점포 폐점에 따른 영향, 가전 시장의 온라인 점유율 확대, 기존 유통채널의 집객력 하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봤다.
다른 전략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황 대표는 가전중심의 온라인몰 강화를 롯데하이마트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가전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60%를 넘은 상황에서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아직 20%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1분기까지만 해도 실적발표 자료에서 밝혔던 온라인사업 매출 비중과 성장률 등이 2분기부터 조용히 사라진 것도 이러한 부족한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