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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칩4 동맹' 균열 조짐, 대만과 일본 반발에 한국도 한숨 돌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2-11-02 16: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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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칩4 동맹' 균열 조짐, 대만과 일본 반발에 한국도 한숨 돌려
▲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압박을 두고 일본과 대만 측에서 반발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국가 연합체 ‘칩4 동맹’을 통해 중국 반도체산업을 압박하는 전략을 두고 대만에 이어 일본 반도체기업도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리한 선택지만을 안고 있던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 압박에 한숨을 돌리게 될 수 있다.

2일 일본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사양 반도체장비 수출 등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은 만큼 일본에서도 비슷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분간 유럽과 한국 등 주변국의 대응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국가들의 태도를 고려해 일본 정부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이미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의 전략에 동참하는 일이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메모리반도체기업 키오시아의 로렌조 플로레스 부사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가 반도체업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특히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 YMTC의 낸드플래시 기술 발전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경계해 최근 새 반도체 수출 규제조치를 시행했다.

플로레스 부사장은 “YMTC는 잠재적 경쟁사로 항상 주목하고 있던 기업”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의 제재가 키오시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는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오시아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자체 반도체 기술력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일이 세계 반도체업계에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전략으로 큰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키오시아는 도시바에서 분사한 반도체기업으로 일본을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어 일본 정부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 고려하는 과정에서 키오시아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일본 정부 관계자가 다소 소극적 태도를 앞세운 점도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역시 이전부터 미국 정부의 중국 제재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대만 최대 반도체기업 TSMC가 중국에 반도체 생산 및 공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 '칩4 동맹' 균열 조짐, 대만과 일본 반발에 한국도 한숨 돌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최근 미국의 칩4 동맹과 관련해 “대만 반도체기업의 이익과 안정적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반도체 국가 연합을 구축하는 의도에 맞춰 중국을 견제하는 데 힘을 합치기는 어렵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일본과 대만이 잇따라 칩4 동맹에 자국의 이해관계를 더욱 앞세우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이 모두 칩4 동맹으로 결집해 중국과 반도체 공급망 단절을 시도하고 중국을 상대로 한 제재에 동참해 힘을 합치는 방안을 노리고 있었다.

한국이 만약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에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반도체 최대 수출국으로 실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 전략에 비판적 방향으로 기울면서 한국도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결국 칩4 동맹이 미국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낮아지며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잠재적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이 입을 모아 미국의 칩4 동맹 구축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며 “이런 전략은 오히려 미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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