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1-02 16:23:0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인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일 “이재용 회장의 승진에 대해 투자자들은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최대주주 특수 관계인 의결권은 15%에 머물러 있기에 회장 승진을 계기로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바라봤다.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우려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설이 도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주식 취득 제한 기준인 보험사 총자산의 3%를 따지는 척도가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뀌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73% 중 21조3천억 원에 해당하는 6.23%,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49% 중 2조9천억 원 규모에 해당하는 0.84%를 매각해야 한다.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의 7.07%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받은 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단순화된 지배구조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야 하는 점을 전제로 하는 만큼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까지 의무보유해야 하는데 삼성물산이 이를 충족하려면 최소 68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물산이 가용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최남곤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삼성그룹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대 7의 비율로 삼성전자(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42조 원)가 인적분할하는 것을 가정하면 삼성전자 투자회사 시가총액은 102조 원, 사업회사 시가총액은 239조 원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쥔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 10.22%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10조4800억 원 수준이며 이는 삼성물산이 충분히 동원 가능한 규모이다.
공정거래법상 삼성물산이 보유해야 하는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 30%도 최대주주 일가 측의 보유 지분(5.45%) 현물출자,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5.01%) 출자 등을 통해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삼성전자 투자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지배구조가 재편된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중간지주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다만 최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법적 제약 요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지배 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며 "타임라인은 매우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