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왼쪽에서 3번째)이 9월21일 카말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왼쪽에서 2번째)과 함께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
[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회사에서도 모를 정도로 개인적인 일정이었다.
우주 헬스케어산업 육성에 뛰어든 김 사장의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김정균 사장은 9월21일 카말 가파리안 액시엄스페이스 회장과 함께 한국천문연구원을 찾았다.
방문 시간은 30분 정도로 길지 않았다. 김 사장과 가파리안 회장은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장을 만나 우주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구원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당시 김 사장과 가파리안 회장이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만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부터 한국천문연구원이 있는 대전까지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보령을 이끄는 대표이사일뿐 아니라 회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오너일가이기도 하다. 그런 오너경영인이 다른 기관을 방문하는 자리에 수행원이 따르지 않는 것은 당사자의 의지가 작용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천문연구원과 보령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방문은 김 사장 개인의 의지로 이뤄졌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보령과 액시엄스페이스 쪽에서 먼저 방문을 원한다고 연락했다”며 “국내 우주탐사 유관기관의 현황을 알아보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령 관계자는 “9월 가파리안 회장이 세계지식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해 당시 두 분이 만난 것까지는 안다”며 “이후 두 분이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이처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한국천문연구원을 찾은 까닭은 당시 3개 기관의 만남이 굳이 공개적으로 진행할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제 막 우주 헬스케어산업을 시작한 만큼 국내 우주산업의 핵심기관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국내 우주산업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꼽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를 개발해 쏘아올린다면 한국천문연구원은 발사체 및 발사체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무엇을 할지를 연구하는 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역할이 두 기관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액시엄스페이스는 NASA와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을 민간 시설로 대체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또 한미 민간 달착륙선 탑재체 공동연구 등에서 NASA와 협력하는 중이다. 향후 우주산업 진행에 따라 액시엄스페이스가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기관과 머리를 맞댈 여지가 있는 셈이다.
보령도 이런 ‘우주 커넥션’에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액시엄스페이스에 투자해 주주가 된 데다 액시엄스페이스와 함께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 ‘CIS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우주 헬스케어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하고 아이디어 구현을 지원한다.
다만 우주산업의 수익 모델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보령이 언제까지 우주 헬스케어에 투자할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반 제조업은 물론이고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우주 진출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김 사장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몰래 한국천문연구원을 방문할 정도로 우주산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3월 보령 대표에 오른 직후 CEO 서한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인류가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며 “지금 당장의 최우선 목표가 이익 창출력 성장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우주라는 새롭게 열리는 기회의 공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