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체외진단기기업체 휴마시스가 국내에만 있던 생산 기반을 베트남으로 확장한다.
해외 여러 지역에서 체외진단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능력을 마련해 제품 수급을 더 원활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 휴마시스가 베트남법인을 통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휴마시스 베트남법인(HUMASIS VINA Company Limited)은 최근 베트남 공장 프로젝트를 위한 채용공고를 냈다.
휴마시스 베트남법인은 “당사 제품은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베트남 공장 프로젝트에 필요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채용되는 관리자는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국제기준(ISO13485)에 맞춰 공장이 지어지도록 감독하게 된다.
베트남에 건설되는 공장은 신속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생산할 것으로 파악됐다. 휴마시스 베트남법인에서 약 10km 거리에 있는 호치민시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건설된다.
사이공하이테크파크는 2002년 전자, 생명공학, 신소재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 산업단지다. 입주하는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 임대료 면제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현재 인텔, 삼성전자, 사노피 등 150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거점을 마련해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서 수출한 첨단제품 수출은 209억 달러로 호치민시 총수출의 52%를 차지했다.
휴마시스가 해외에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마시스는 그동안 국내에서만 공장을 운영해왔다. 경기도 군포 공장과 안양 공장에서 체외진단기기를 생산했고 지난해 의왕에 신규 공장을 추가했다.
휴마시스 베트남법인의 공장 설립은 최근 휴마시스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휴마시스는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의료기기전시회를 통해 뎅기열·인플루엔자 진단키트 등 동남아시아시장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진단제품들을 공개했다. 향후 휴마시스 베트남법인 공장이 세워지면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의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도 휴마시스의 공략 대상이다. 휴마시스는 9월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서부 아프리카 의료전시회에 참가해 아프리카시장 개척 의지를 드러냈다. 또 북미시장 입지 강화를 위한 미국법인 설립을 8월에 의결하기도 했다.
▲ 휴마시스 베트남법인이 베트남 공장 프로젝트와 관련해 낸 채용공고 일부. <휴마시스 베트남법인 홈페이지> |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체외진단기업 실적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휴마시스는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 셈이다.
휴마시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하게 성장한 체외진단기업 중 하나다. 회사 매출이 2019년 92억 원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3075억 원으로 수십 배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4427억 원을 기록했다.
휴마시스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데는 해외 체외진단시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휴마시스의 2021년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89%에 이른다. 국내 매출이 급증한 올해 상반기에도 해외 매출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6%를 차지했다.
휴마시스가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베트남 공장을 비롯한 해외사업을 통해 탄탄한 실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휴마시스 이외에도 여러 진단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위해 사업 외연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약 2조 원을 투자해 미국 진단업체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충북 증평에 새로운 진단기기 공장을 짓기도 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대전에서 체외진단 제품 생산을 위한 제2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HLB(에이치엘비)도 체외진단사업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씨젠 역시 기업 인수 등 다양한 투자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