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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2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섰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능력을 확인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그룹은 사실상 이재용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시진핑 중국주석 방한 때도 확인됐듯 삼성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8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8조 원이 무너졌다. 이재용체제의 삼성전자가 내놓은 저조한 성적표다.
로이터는 “2분기 실적 악화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체제 정착이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중대 관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체제의 정당성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다. 경영능력은 곧 실적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이재용체제의 출범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로이터는 이재용체제를 위해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3대 관문으로 실적악화와 경영승계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6와 경쟁을 꼽았다. 이 모든 관문은 모두 연결돼 있다. 앞으로 애플의 아이폰6와 경쟁해 승리할 때 비로소 삼성전자는 실적을 장담할 수 있고 순탄한 경영승계를 통해 이재용체제를 안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분기에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일시적일 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떤 경영적 결단으로 3대 관문을 통과할 것인가? 삼성전자는 어떻게 이재용체제를 안착할 것인가?
◆ 충격의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7조2천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4.4% 감소했다.
애초 시장에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잠정실적은 예상보다도 훨씬 낮았다. ‘어닝쇼크’라는 말이 나오고 삼성전자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영업이익 7조2천억 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것 중 가장 낮았던 7조45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8조를 넘지 못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2년만이다.
삼성전자도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을 의식해서인지 잠정실적 공시와 함께 2장 분량의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자료를 내놓는 이유를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상황 속에서 실적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우려 완화 및 이해도 제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설명자료를 함께 내놓은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5년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확정실적이 아닌 잠정실적인 데도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실적에 대한 설명자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포함한 IM부문의 부진은 심각하다.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은 전체 매출의 70% 가까울 정도로 비중이 크다. 2분기 반도체 부문이 영업이익 2조 원대를 달성하는 등 반도체 가전부문은 선전했으나 모바일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IM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조2844억 원이었으나 올해 2분기 4조 원대로 예상된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영업이익 8조 원를 상회해온 것은 스마트폰사업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해 삼성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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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
◆ 일시적 현상인가? 구조적 저성장인가?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실적부진의 이유로 지속적 원화강세,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감소 및 마케팅 비용 증가,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 부진 등 3가지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모바일기기 성수기와 신모델 출시를 대비해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유통채널 내 재고감축을 위해 프로모션을 강력하게 집행했다”며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해 실적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재고가 늘어난 이유로 중국과 유럽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태블릿의 경우 대화면 스마트폰 판매확대가 태블릿 수요를 잠식해 판매감소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 대해서 “모바일기기 수요가 줄어들어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사업도 판매가 감소해 예상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환율의 영향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환율과 관련해 “달러와 유로화뿐 아니라 대부분 신흥국 통화에 대해 원화강세가 지속돼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환율이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기업들과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불리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실적부진을 설명하는 것과 달리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은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특히 중국기업들의 선전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점유율이 줄고 있다.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0.2%로 지난해 같은기간 31.9%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고수익을 안겨주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이미 포화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2011년 2억3970만 대에서 2013년 3억2390만 대까지 늘었지만 올해 3억2천만~3억3천만 대로 정체를 예상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중저가로 이동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기업들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외신들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의 파이를 빼았겼다면서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파워가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삼성의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라며 삼성전자가 그동안 100종이 넘는 모바일기기를 출시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제품의 수요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 3분기 실적 엇갈리는 전망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비수기였던 2분기보다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예상보다 좋지 않은 2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비관적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3분기 전망에 대해 신제품 출시로 판매증가와 추가적 마케팅 비용 발생이 미미해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부진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2분기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수기로 애플 등 경쟁사들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또 2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된 공격적 마케팅이 3분기 판매 증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사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8조 남짓으로 예상하면서 3분기 실적을 놓고 매출 55조 원에 영업이익 8조5천억 원을 예상했다. 2분기보다는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고 소진과 공격적 마케팅의 후광 효과를 입어 영업이익이 9조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2분기 실적부진과 함께 재고떨이에 주목한다. 2분기 실적부진은 어느 정도 선택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2분기에 재고를 턴 만큼 3분기에 급속한 실적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재용체제 등장을 앞두고 3분기 실적 반등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2분기 실적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 둔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더이상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공 성장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3분기 실적이 다소 오른다 해도 이는 2분기 부진의 후광을 업은 일시적 현상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면 크기를 키워 갤럭시 시리즈와 정면으로 맞붙게 된 아이폰 6 출시와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 프리미엄 라인과 중저가 라인 가릴 것 없이 삼성전자의 입지를 좁힐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갤럭시S5 3분기 출하량도 500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갤럭시 S4는 출시 다음 분기에도 16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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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 이재용은 시련을 이겨낼까
삼성전자의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까지 이전과 같은 높은 성장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큰 시련이다. 이 부회장은 e-삼성 실패 후 경영 능력을 내보인 적이 없다. 좋든 싫든 이제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 때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1~2년 안에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부진을 이재용 부회장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3분기 실적마저 2분기 실적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놓고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낸다면 삼성그룹의 후계자로서 공인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을 시장 선도 기업으로 이끌고 간다면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경영승계에 대한 정당성 논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성적표가 아니라 시험지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까지 모든 라인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무리”라며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일변도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준비했다”면서 “3분기는 그동안 전략적으로 투자해왔던 사업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탭S를 출시해 패블릿 시장과 태블릿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패블릿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태블릿 시장에서 1위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기어 라이브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성장세에 있는 B2B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B2B 시장은 B2C보다 더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반 소비자보다 기업을 대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 그 예다.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기반 사무용 복합기를 내놓는 등 B2B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의료기기와 헬스케어 제품군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