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 인사에서 경영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중기비전 달성에 필요한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CJ그룹 계열사 대표가 대부분 유임된 가운데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 쇄신의지를 드러냈다. CJENM은 그룹의 4대 성장엔진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컬처 부문의 주축이다.
24일 발표된 '2023년 CJ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보면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CJ올리브영 등 2곳만 교체됐다. 나머지는 모두 유임됐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그 빈자리는 내부인사를 승진시켜 채운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의 핵점은 CJENM의 체질개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 신임 대표이사는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글로벌 K콘텐츠 전략과 수익성 회복에 당분간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CJENM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 콘텐츠 제작역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었는데 올해부터 콘텐츠 제작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에 나섰다.
CJENM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925억 원, 영업이익 556억 원을 냈다. 2021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5.2%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 13%에서 올해 2분기 4%로 떨어졌다.
구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옴니채널(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배송 전략)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CJ올리브영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기존의
강호성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는 CJ의 경영지원대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사 출신인 강 대표는 2020년 12월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돼 2019년 ‘프로듀스101’ 투표순위 조작사건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회복과 준법감시 강화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강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인연을 들어 지주사의 대외협력 임무를 맡겼다는 시선도 나온다.
CJ그룹은 2020년, 2021년, 2022년도 정기그룹인사를 매년 12월에 발표했는데 올해는 비교적 이른 10월 말에 인사를 발표하면서 인적 배치를 일찍 끝낸 모습이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선임된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그대로 유임됐다.
이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코로나19 기간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과 이후 실적 반등에 성공한 공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2022년 들어서 원·부자재가격 상승, 경기침체, 회사채시장 경색 등 새로운 대내외 위기상황에서 관리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책임질 젊은 인재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이번 신임 경영리더 승진 인사는 44명으로 2022년(53명)보다 적지만 2020년(19명)과 2021년(38명)보다 늘었다.
올해 CJ그룹 신임 경영리더 승진 인사의 평균연령은 45.5세로 2020년 45세, 2021년 45.6세와 큰 차이가 없다.
이선정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이사는 그룹내 최연소 대표이사이자 CJ올리브영의 첫 여성 대표이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CJ올리브영이 헬스앤뷰티(H&B)업계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한 만큼 조직 안정을 위한 내부인사를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올해 8월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엿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근 연공서열을 파괴한 젊은 인재 기용과 양성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7월 지주사 CJ 전략기획실 산하에 신설한 전략혁신부서(SID)가 꼽힌다.
전략혁신부서는 평균연령 30세의 2030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그룹과 계열사 사업 영역과 관련한 전략 컨설팅 및 신사업 검토 업무를 맡고 있다. 전략혁신부서는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한편 CJ그룹의 경영승계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리더로 승진한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식품성장추진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기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 전략업무에서 식품사업의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게 됐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