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ATL이 미국 인플레이션법 시행 영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수급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ATL 본사 건물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이 원재료 확보 측면의 장점을 경쟁우위로 삼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경쟁사가 중국산 소재 수입을 축소하는 상황을 성장 기회로 삼기 위한 목적이다.
24일 애집망 등 중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CATL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2103억 위안(약 41조5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증가했다.
특히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233% 증가하며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CATL은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실적을 발표하며 외형 성장을 중장기 투자 확대의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상반기에 새로 출시한 신형 ‘기린’ 배터리 공급 가능성을 문의하는 전기차 고객사들이 늘어나면서 CATL이 신규 공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있다.
애집망에 따르면 CATL은 “현재 많은 고객사들과 기린 배터리에 관련한 협력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CATL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차 지원 정책에 힘입어 내수시장 고객사 수요 증가와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CATL의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35.5%로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13.7%를 제치고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CATL은 중국을 넘어 유럽과 북미 등 글로벌 전기차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세계 경쟁사들과 맞대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해외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신형 기린 배터리는 CATL의 약점으로 꼽히던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와 효율성 등을 크게 개선한 제품으로 해외 고객사 확보에 크게 기여할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은 CATL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중국산 부품 및 배터리 소재를 일정 비중 이상 탑재하고 있는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ATL은 중국 기업 특성상 대부분의 소재를 중국 협력사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테슬라와 포드 등 CATL을 비롯한 중국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수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던 자동차기업들이 미국 정부 규제로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미국에 잇따라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기업은 CATL의 북미 진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반기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의존을 낮춰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배터리업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3사를 비롯한 경쟁사가 중국산 배터리소재 수입을 줄이려 하는 상황이 CATL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튬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핵심 소재의 수요가 미국 규제 영향으로 줄어든다면 단가가 낮아져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업체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CATL은 “현재 배터리 소재 수급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며 “앞으로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는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 가격은 최근 전 세계 배터리업체들의 생산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자연히 소재 사용량이 가장 많은 CATL이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규제로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중국산 배터리 소재 수급을 최소화한다면 CATL은 소재 물량 수급과 가격 협상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중국이 리튬을 비롯한 주요 배터리 소재의 최대 생산국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국가의 핵심 소재 생산량은 아직 비교적 부족하고 단가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CATL이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대로 소재 가격 경쟁력을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로 이어낸다면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경쟁사들 대비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만약 CATL의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미국 정부 보조금 영향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아진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CATL이 미국 등 글로벌고객사를 더 활발히 확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해외 고객사를 성장 기반으로 삼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에 압박을 더할 가능성이 있다.
CATL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매우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CATL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유럽과 북미 고객사 수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