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시 호황 및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호시절을 보낸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실적 급감을 피하지 못하고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무려 5곳의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줄줄이 합류하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영업이익 1조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은 1년 만에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증시 호황 및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호시절을 보낸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실적 급감을 피하지 못하고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
23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던 증권사 5곳 가운데 4곳이 올해에는 1조 원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모두 1조 원을 밑돌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1조391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4855억 원 대비 30% 줄어들지만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영업이익 1조 원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실적 1위 자리를 두고 미래에셋증권과 경쟁하는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53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조5210억 원에 이르렀는데 37% 감소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1조 클럽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6853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2939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47% 급감하는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해 NH투자증권의 운용손실이 확대됐고 결국 전체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이 외에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 고지를 넘었던 삼성증권과 키움증권도 영업이익 감소폭이 각각 42%,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3087억 원에서 올해 7607억 원으로, 키움증권은 1조2089억 원에서 7081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33조 원대까지 치솟았던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올해 3분기 13조8천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수수료수익 감소에 더해 금리상승 영향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하는 등 증권사의 운용수익도 급감했고 증권업계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및 거시경제 불확실성 완화 등 환경이 조성된다면 증권업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초까지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도 이익 체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종료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거래대금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