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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의 천문학적 세타엔진 품질비용 반영, 이번이 마지막일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10-19 17: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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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020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세타2 엔진과 관련한 천문학적 품질비용을 추가 반영하기로 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3분기 추가 충당금 반영을 끝으로 저물어가는 내연기관 시대의 아픈 흔적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기아의 천문학적 세타엔진 품질비용 반영, 이번이 마지막일까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대 실적이 기대되던 올해 3분기에 엔진 리콜 관련 품질비용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영업이익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3조 원 가량의 세타2 엔진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3분기 경영실적에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한 추가 충당금을 현대차 1조3602억 원, 기아 1조5442억 원 등 모두 2조9044억 원을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충당금은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미리 발생했다고 보고 미리 쌓아두는 자금을 말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애초 비수기임에도 양호했던 판매량과 환율효과, 낮은 인센티브(판매장려금)에 힘입어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는 3조 원대, 기아는 2조 원 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품질비용 추가 반영으로 이런 기대가 충족되기는 힘들지만 선방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 3분기에도 2조1352억 원, 1조2592억 원 등 모두 3조3944억 원을 세타2 엔진 관련 품질비용을 반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2020년에 맞먹는 수준의 추가 품질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에 쌓아둔 충당금이 있음에도 추가 품질 비용을 반영하는 데는 급격한 대외환경 변화로 세타2 엔진의 리콜 비용 추정치가 늘어난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공급 부족으로 신차를 구매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중고차를 사용하는 기간과 차량 폐차 주기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차량 잔존연수가 2020년 12.4년에서 올해 13.1년으로 길어졌고 2020년에는 95%의 차량이 13년 안에 폐차될 것으로 가정했으나 이번에는 95% 차량이 19년 내로 폐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총 주행거리 16만km 이상의 고령 차량 비중이 커지면서 엔진 교체가 필요한 불량 발생 비율도 높아졌다.

2년 전과 비교해 급등한 환율은 리콜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3분기 1150원과 비교해 이번 비용 추정에 적용한 환율은 1435원으로 25%나 뛰었다.

2020년 충당금 비용을 추정할 때 엔진 공정 개선을 예측해 2014년 이후 적용된 엔진의 교환율을 낮게 잡은 것도 충당금 추가 반영의 원인이 됐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 추가 반영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용 증가의 원인 가운데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대외환경 변화와 환율 상승은 대다수의 예측을 뛰어넘은 이례적 상황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가정치가 하향 안정화하면 이번에 반영한 충당금의 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상향 조정한 2014년 이후 개선판 엔진 교환율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세타2 엔진과 관련한 추가적 비용 부담이 다시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공급 정상화로 내년 이후 시장 전반의 차량 구매가 쉬워지면서 실제 차량 잔존 연수가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세타2 엔진 리콜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은 이제 매우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차·기아가 또다시 추가 충당금을 설정하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세타2 엔진 2011~2014년 모델에 관한 품질 비용을 2020년과 2022년 두 번에 걸쳐 상향조정한 상황에서 노후화 정도가 낮은 2015~2018년 모델의 추정치가 차후에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 3분기에도 세타2 엔진 관련 품질비용을 반영하면서 예측 보다 높았던 교환율과 길어진 차량운행기간을 이유로 들었던 바 있다.

두 회사는 2019년 10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보유한 한국과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평생 보증을 약속했는데 대상 차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평생보증 정책의 특수성으로 인해 클레임율은 낮아지기보다 높아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세타 엔진은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던 일본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을 대체한 현대차그룹 엔진 기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2011년 터보차저와 직분사(GDI) 방식을 채택해 성능을 대폭 개선했으나 그 뒤 품질 문제에 시달렸다. 

2015년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서 시동꺼짐과 화재 발생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현대차 쏘나타 47만 대에 첫 리콜이 실시된 뒤 2017년에는 싼타페, 옵티마, 쏘렌토, 스포티지 등 현대차·기아의 다른 차종들로 리콜이 확대됐다.

2017년 세타2 엔진 결함이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번지면서 2019년 10월 현대차기아는 미국 집단소송 소비자와 화해안을 도출하고 해당 엔진 탑재 차량을 대상으로 평생 보증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의 이번 리콜 관련 충당금 반영은 단기적 타격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나 7년 동안 이어온 엔진 품질 비용 문제를 완전히 끊어내고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용진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6년 동안 5번에 걸쳐 엔진 품질 비용의 설정을 되풀이했다"며 "문제는 투자자들이 완성차 실적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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