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25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식을 여는 것으로 보도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국내 배터리업체 중 어느 곳과 손잡을지 주목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전기차 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정 회장은 국내 배터리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데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국내 배터리기업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아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5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돌입한다.
정 회장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현지 생산을 위해 애초 계획보다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런 만큼 전기차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배터리 합작사와 관련한 윤곽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5월21일 처음으로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데 6조3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공장 인근에 ‘배터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배터리셀 공장’ 설립 계획도 함께 내놨다.
그 뒤 현대차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통한 미국 배터리셀 공장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착공이 시작되는 만큼 배터리 조달 계획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전기차 최종 생산지역을 북미로 한정하는 내용뿐 아니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 비중을 40%로 늘리고 배터리 등 주요 부품도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한 제품을 장착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이 보조금 혜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배터리 파트너 합작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놓고 국내 배터리 기업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을 하고 있을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서다.
SK온은 현재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모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공장이 세워지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셀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지리적으로도 이점이 있다.
해외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지아주에 예정된 자동차기업들의 전기차 생산공장 투자 규모는 모두 125억 달러(16조 원)에 이른다. 이에 SK온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SK온은 조지아주에 내년 가동 예정인 제2공장까지 포함하면 현지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가 21.5GWh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SK온 글로벌 생산능력 목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추진할 정도로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합작해 2024년 상반기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와 함께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7억1천만 달러(9500억 원)의 저금리 장기차입에 성공해 안정적으로 합작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두 회사 가운데 어느 한 쪽만 선택하기 보다는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두 곳과 모두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모두 미국에서 현대차그룹 이외에도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회사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배터리 공급 확대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5일 착공식을 진행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배터리 합작사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