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친일 국방' 발언을 비판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회의에서 "정진석 위원장이 일제가 조선 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며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고 말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 정상외교에 이어 집권세력의 굴종적 대일관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러다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자위대를 일본 해군으로 명명한 미국 국방부 행태를 용인하고 나아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찬동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한반도 긴장을 풀어갈 구체적 구상을 강구하길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자주국방과 실용 균형외교의 확고한 기반 위에 국가 안위를 지켜나갈 길로 나아가길 거듭 촉구한다"고 일침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전 대통령)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며 한미일 합동훈련을 '극단적 친일행위'로 규정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고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고 설명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진석 비대위원장 발언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인식들은 일제가 제국주의로 조선에 침략할 당시 명분 삼았던 전형적 식민사관의 언어"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그런 언어가 사용될 거라 생각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국주의 일제의 침입을 정당화했던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그런 주장들을 여당 대표 입으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위원장의 게시글을 문제 삼으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며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고 말하며 정 위원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 가해자 논리"라며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