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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짝짓기 예능' 봇물, 경쟁 격화에 '선 넘는' 내용도 늘어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2-10-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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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짝짓기 예능' 봇물, 경쟁 격화에 '선 넘는' 내용도 늘어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가세에 힘입어 짝짓기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선정적인 연출과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면 하나. 경치가 좋은 휴양지에서 수영복 차림의 출연자들이 신체 일부를 밀착해 커플 미션을 수행한다. 

#장면 둘. 출연자들이 짝을 지어 한 방에서 밤을 보낸다. 침대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채 이불 속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낯 뜨거운' 장면들이다.

10일 콘텐츠업계에서는 자극적인 연출 수위의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짐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가세에 힘입어 올해 들어 공개된 프로그램만 25편에 이르는 등 '짝짓기 예능(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이 부흥기를 맞은 모습이다. 티빙의 '환승연애2', 웨이브의 '에덴:본능의후예들', 넷플릭스 '솔로지옥2' 등이 대표적 작품들이다.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 편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제작사들의 몸부림으로 소재도 다양해지고 선정성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웨이브가 14일 공개하는 ‘잠만자는사이’의 예고편에서는 ‘자보고 만남 추구’, ’낯선 이와 보내는 뜨거운 하룻밤‘, ’진짜 MZ들의 사랑법’ 등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문구들이 등장했다.

예고편 동영상 댓글난에는 “MZ가 ‘만’나자마자 ‘자’는 세대 약자인가”, “정말 선 넘네. 이런 예고편은 청불 설정하든 해라”, “수요 없는 공급” 등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케이블 채널 iHQ가 올해 6월에 공개한 ‘에덴:본능의후예들’은 출연자들이 첫 등장부터 수영복만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여기에 짝을 맺고 한 방에서 밤을 보낸다는 설정 때문에 출연자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됐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지난달 16일 공개한 ‘체인리액션’은 출연자들이 서로의 몸에 사슬을 연결하고 밤낮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등의 연출 장면이 나온다. 

체인리액션의 조민선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체인을 소품으로 사용한 이유를 두고 "섹시하고, 상상을 자극하는 발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대신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사소한 배려에도 감정이 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주요 콘셉트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가성비 좋은 '짝짓기 예능' 봇물, 경쟁 격화에 '선 넘는' 내용도 늘어
▲ 출연자들의 첫 등장부터 수영복 차림으로 나와 수위논란이 일었던 에덴:본능의후예들 포스터.

불과 5년 전 채널A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나 10여 년 전 SBS ‘짝’ 등과 사뭇 다른 연출의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풋풋함이 사라지고 선정성만 남았다는 시청자들의 날선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의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은 선정적인 연출뿐만 아니라 소재 측면에서도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TV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체인지데이즈’, 티빙의 ‘환승연애’ 시리즈는 헤어진 커플의 감정을 극적인 장치로 활용했다. 이별하거나 이별을 앞둔 커플 여러 쌍의 남녀 커플을 섭외해 파트너를 바꿔가며 애정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채널 MBN와 넷플릭스에서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공개된 ‘돌싱글즈’는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이 파트너를 정하고 짧은 기간 동거생활을 거친 뒤 교제를 이어갈 지 최종 결정하는 포맷이다.

이밖에 쿠팡플레이는 2023년 공개를 목표로 사내연애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극적인 연출과 소재가 늘어난 배경에는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이 주도하는 콘텐츠업계의 과다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짝짓기 예능은 높은 출연료의 유명 방송인을 섭외할 필요가 없이 '저렴한' 일반인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화제성이 높아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인 셈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들은 2021년 넷플릭스(넷플릭스코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에서 비롯된 적자 상태가 이어지니 가성비 콘텐츠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의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날이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출연자를 응원하거나 비난하는 반응이 쏟아진다. 또한 출연자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거나 향후 애정관계를 예측하는 등의 글들도 올라와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밖에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맞은 배경으로 젊은 세대들의 '대리만족'을 꼽는 시선도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9월 만 19~34세 비혼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5%는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비연애 중인 응답자 가운데 70.4%는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여유가 없어서’(58.7%)가 가장 많았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부터 외출,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 상황도 나빠지자 2030세대들의 데이팅 예능을 통한 대리만족 욕구는 강해지고 있다"며 "수위를 높일수록 반응은 더 뜨겁기 때문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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