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EV6 GT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EV6 GT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EV6 GT는 기아의 선도적 전기차(EV) 기술력의 총체다. 고객의 일상 속에서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짜릿한 주행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기아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차 EV6 GT를 최근 내놓으며 이렇게 자신했다.
기아는 EV6 GT를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되는 전기차에 고성능 GT 모델을 브랜드화할 계획을 세웠다.
EV6 GT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기아 고성능 전기차의 든든한 반석이 될 수 있을까? EV6 GT를 직접 타봤다.
◆ 고급 세단 부럽지 않은 승차감과 정숙성
6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EV6 GT 시승행사가 열렸다.
EV6 GT의 외관과 실내는 기존 EV6와 거의 차이가 없다. 바로 눈에 띄는 차이는 실내에 GT 전용 스웨이드 스포츠 버켓 시트가 적용된 정도다.
시트 두께가 얇아 공간이 넓어졌으나 통풍시트가 적용되지 않고 수동인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이날 시승은 일반 도로를 달리는 '투어 드라이빙'과 HMG 드라이빙 센터의 다양한 코스를 달리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투어 드라이빙은 조별로 앞서 가는 인스트럭터의 무전 안내에 따라 줄지어 드라이빙 센터 인근 왕복 23km 도로를 주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스트럭터는 일반 도로에서는 교통법규에 따라 안전하게 시승을 진행하기 위해 주행모드를 에코 모드만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은 서킷에서 진행할 다른 주행 모드에 대한 기대감을 더 끌어올렸다.
EV6 GT는 일반주행의 노말 모드와 가속 성능을 위한 스포츠 모드, 연비 위주의 에코 모드, 최적화를 통해 가속·선회·주행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GT모드 등 4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일반 도로 주행에서 시승차량은 고급세단과 겨뤄볼만한 우수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드라이빙 센터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부드럽게 밀고 나갔다.
에코 모드에서 EV6 GT의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은 세팅을 느슨하게 조정해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고 한다.
액셀을 밟는 만큼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잇따른 방지턱도 가볍게 넘어갔다.
정숙성도 훌륭했다.
내부에 흡음재를 적용한 타이어와 시승차량의 차체는 노면의 소음을 잘 막아줬고 100km/h가량 속도를 낸 상황에서도 다소 작은 볼륨의 무전기 안내를 듣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EV6 GT는 출시 전부터 기아 브랜드 역대 최고 수준의 동력성능이 강조됐으나 운전의 재미 만을 강조한 차량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GT는 이탈리아어로는 '그란 트리스모',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 또는 '그랜드 투어링'의 약자로 먼 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차라는 뜻이다.
40분가량 일반 도로에서 에코 모드로 주행한 EV6 GT는 가족과 함께 긴 여행을 떠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 처음 겪는 운전 경험 선사, 고삐 풀린 야생마의 본 모습도
드라이빙 센터로 돌아와 코스별로 진행한 시승 프로그램에서 EV6 GT는 난생 처음 겪는 운전 경험을 안겨줬다.
운전 모드를 바꿔가며 시승한 고속주회로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속으로 차를 몰아볼 수 있었다.
고속주회로는 체험 센터의 전체 트랙을 감싸고 있는 전체 길이 4.6km의 타원형의 코스다. 이 코스에서도 안전을 이유로 GT모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고속주회로에 진입해 에코 모드로 한 바퀴를 돈 뒤 노말 모드, 스포츠 모드로 주행모드를 바꾸자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면서 가속하는 힘이 한 단계씩 커지는 게 온 몸으로 느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 액셀을 강하게 밟자 순식간에 시속 170km로 치고나갔다. 시속 130km 넘는 속도로 커브를 돈 뒤 직선 주로에 접어들어 페달을 끝까지 밟자 속도계는 900m의 직선주로가 끝나기 전에 시속 220km를 넘어가고 있었다.
4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EV6 GT는 최고출력 270kW(킬로와트)·최대토크 390Nm(뉴턴미터)의 후륜 모터와 최고출력 160kW·최대토크 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출력 430kW(585마력),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힘을 낸다.
이를 바탕으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3.5초에 최고속도 260km/h로 양산형 전기차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가격 1억5천만 원이 넘는 포르쉐 타이칸 4S의 제로백이 3.8초 수준이다.
▲ EV6 GT 젖은노면 서킷 주행. <기아> |
빠른 가속 성능보다 놀라운 것은 안정감이었다.
내연기관차와 같은 우렁찬 엔진소리 없이 약간의 풍절음만 들리는 가운데 액셀을 밟는 대로 손쉽게 속도가 올라가니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초고속 주행을 하고 있음을 알아채기 어려울 듯 했다.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은 고속주회로 택시주행에서 시승차량은 최고속도 267km를 찍었다. EV6 GT의 최고속도에서는 손을 들기 힘들 정도로 중력이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스트럭터는 고속주행 안전성을 강조하며 말릴 새도 없이 230km대의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흔들어 차선을 빠르게 왔다갔다 했는데 그 가운데도 시승차량은 중심을 유지하고 흔들림 없이 달려나갔다.
시승차량의 주행 모드 가운데 GT 모드는 300m 직선 주로를 동시에 출발해 속도를 경쟁하는 '드래그 레이스'에서 써볼 수 있었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GT 모드는 폭발적 가속 성능을 보여줬다. 이날 일반 도로에서 GT 모드 사용을 왜 막았는지 상당 부분 설명이 됐다.
특별할 것없는 반응속도로 스타트를 끊었음에도 시승차량의 제로백은 3.61초를 기록했다.
앞서 같은 코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측정한 운전 모드별 제로백은 노멀 모드 4.06초, 스포츠 모드 3.91초를 보였다.
▲ EV6 GT가 드리프트를 하는 모습. <기아> |
생애 첫 드리프트도 경험했다.
EV6 GT는 숨겨진 운전 모드를 하나 더 갖고 있다. P단 기어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채 주행 모드를 스포츠 또는 GT로 맞추고 스터어링 휠 왼쪽 무릎 위 버튼을 눌러 차체자세 제어장치(ESC) 기능을 해제, 마지막으로 스티어링 휠 좌우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동시에 3초 당기면 드리프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이 기능을 켜면 ESC 등 차체와 스티어링 휠을 제어하는 기능들을 전혀 거치지 않고 75.5kgf·m의 괴력이 바로 뿜어져 나온다.
대한드리프트협회 소속 전문 인스트럭터는 "EV6 GT로 드리프트를 하면 차체가 팽이처럼 돈다"며 "3분이면 타이어가 다 녹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스트럭터가 운전한 EV6 GT의 드리프트 택시 주행에서는 안전띠를 졸라매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줘도 좌우로 몸이 좌우로 날아다닐 정도의 횡력이 발생했다. 마치 길들이지 않은 야생말이나 소의 등에 올라타 버티는 로데오 경기를 하는 듯 했다.
왕복 23km 가량의 일반 도로를 왕복한 약 40분 동안의 투어 드라이빙에서 EV6 GT의 1kWh당 전비는 4.6km를 보였다. EV6 GT의 1kWh당 공인 복합전비 3.9km다.
EV6 GT의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3.5% 및 세제혜택 후 기준 7200만원이다. 국고보조금 3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을 합치면 서울시 기준 400만 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