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직원이 자신에게 맡겨진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조용한 퇴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외국언론의 권고가 나왔다. 사진은 한 기업 사무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등 영어권 국가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이미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반적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이 조용한 퇴사 유행에 맞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면 결국 임직원 개개인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권고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임직원의 조용한 퇴사를 막으려는 수많은 기업이 문제 해결에 전문가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다”며 “바이러스처럼 퍼져가는 문화에 치료제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조용한 퇴사는 직장에 출근해 자신에게 맡겨진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하고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나 ‘워라밸’ 등 이전에 주로 거론되던 직장인들이 겪는 문제와 해결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주로 영어권 국가 및 Z세대 임직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용한 퇴사 문제에 전문가로 꼽히는 한 컨설턴트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업들이 그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데 하루 최대 1만5천 달러(약 2117만 원)를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조용한 퇴사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컨설팅 및 조사 전문기관 갤럽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미국 내 임직원의 50% 이상이 이미 조용한 퇴사를 결정하고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일에 ‘최대한 열정적으로 참여한다’는 임직원 대비 ‘최대한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임직원의 비율은 약 1.8대 1로 최근 10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5세 미만 임직원에서 이런 추세가 두드러졌고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직장에 소속감과 열정을 느끼는 임직원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갤럽은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임직원이 어느 정도 협업을 위한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며 이런 추세가 더욱 악화되면 여러 기업에 큰 문제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조용한 퇴사가 단순히 일과 업무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이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얻게 되면서 직장 상사를 비롯한 타인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별도의 논평에서 “자신의 직업에서 성과를 내고 성공하려는 노력은 미국 경제를 성장으로 이끈 중요한 동력이었다”며 조용한 퇴사가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기업들이 조용한 퇴사자를 계속 끌고 간다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직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조용한 퇴사 문제를 다룬 미국 주요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임직원 사이 소통을 소속감 및 동기 부여에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상사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임직원에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임직원의 의견을 듣거나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일을 뜻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직장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준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임직원의 조용한 퇴사 문제에 효과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를 관리자에 해당하는 인물이 충분히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누군가는 유연한 근무시간을, 누군가는 급여 인상을 원할 수 있다”며 기업 리더가 임직원 개개인의 차별화된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갤럽은 조용한 퇴사가 임직원 관리 측면의 역량 부족을 보여주는 근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관리자들이 임직원 개개인의 장점과 목표, 상황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임직원이 회사에 소속감을 두지 않거나 번아웃을 겪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면 관리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1인당 15~30분 정도 시간을 내 대화를 해야 한다는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상사가 임직원에게 업무적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보거나 휴식을 제안하는 등 방식으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도 조용한 퇴사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이 자신의 상사나 직장 전반에서 신뢰 및 지지를 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에 맞서지 않고 회피하려는 성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행복하지 않은 임직원은 결국 생산적일 수 없다”며 “결국 좋은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일이 직장에서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용한 퇴사 관련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결국 기업과 관리자들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임직원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임직원이 업무에 소홀하거나 퇴사를 할 확률이 훨씬 낮은 만큼 임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좋은 해결 방식으로 꼽혔다.
회사의 사회공헌 자금을 임직원이 원하는 곳에 기부해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과 목적성을 부여하는 일도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임직원이 자신의 직장과 동료에 대해 진심으로 마음을 쓰도록 만드는 일은 원래부터 기업이 추진해야 할 중요 과제였다”며 “조용한 퇴사의 유행을 계기로 이제서야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