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사장 승진 1년을 앞둔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R&D센터 개소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도약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정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그룹 미래비전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는 모습. <현대중공업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너3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취임 1년을 앞두고 기술집약 기업으로의 도약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글로벌R&D센터(GRC) 건립과 함께 ‘
정기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율운항, 친환경 선박, 스마트 조선소 등 디지털·친환경 기술을 필두로 한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2020년 1월 첫 삽을 뜬지 2년 10개월여 만인 올해 11월 글로벌R&D센터 완공 및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글로벌R&D센터에는 11월 일부 계열사 관련 인력들이 먼저 입주하고 연말까지 대부분의 기능이 모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그룹 GRC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과 경기 성남시 분당과 용인시 마북동 연구센터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하나로 뭉친 거점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역사상 최초로 수도권에 마련되는 현대중공업그룹만의 사옥이라는 의미도 더해져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판교 글로벌R&D센터는 그룹의 기술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해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공유 오피스나 회의실 등을 통해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판교 글로벌G&D센터 개소는 그룹 창립 50주년과 함께
정기선 사장의 승진 1년과도 맞물려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그룹 오너3세인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1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부사장에서 승진했다.
정기선 사장은 직접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에 노동집약 기업에서 기술집약 기업으로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에 직접 나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와 실현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정 사장은 “인류가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부터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 산업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식,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는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가 돼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사장 지휘 아래 비전 수행을 위해 올해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지주회사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역동적 에너지로 인류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미의 HD현대로 바꿨다. 투자형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해 미래사업 분야 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디지털과 친환경 전환에 모두 21조 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구체적으로 보면 생산효율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에 12조 원,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과 탄포포집 기술 등 친환경 연구개발 분야에 7조 원, 자율운항 선박 분야에 1조 원, 혁신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에 1조 원을 투자한다.
정 사장은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어 갈 미래 기술로 자율운항, 수소운반선 및 수소추진시스템, 스마트 조선소를 꼽고 있다.
자율운항 기술은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사내 벤처 1호로 2020년 12월 출범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자율운항 성공, 올해 6월 세계 최초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자율운항 대양(태평양) 횡단, 세계 첫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을 선박 스스로 대처하는 단계) 수주 등 자율운항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최근 아비커스를 직접 찾아 사업 현황 점검뿐 아니라 식사 자리도 가지며 아비커스를 향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문제에 대처할 해결책으로 수소를 꼽고 있는데 그 가운데 조선업 관련 수소 운송을 위한 수소운반선과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2만㎥(입방미터)급 수소 운반선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시스템도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2025년 상용화를 위해 추진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2030년에는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개념까지 발전시킨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는 선박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불필요한 공정 지연과 재고를 줄이고 로봇 등을 통해 사람 개입이 최소화되는 건조 공간을 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 건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 조선업에서도 호조를 거듭하고 있다. 정 사장이 미래 청사진을 실행하는 데 안정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신규 수주 218억 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주목표 174억4천만 달러를 이미 크게 넘어섰다.
이미 3년 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도 카타르발 대규모 LNG 프로젝트 관련 LNG운반선 발주가 지속해 당분간 일감 확보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3분기 4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 연간 기준 내년 흑자전환 등 실적 반등도 전망된다.
정 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을 각자 대표체제로 이끌고 있는
가삼현 부회장과 함께 낸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그룹의 R&D 컨트롤 타워이자 미래를 이끌어 갈 글로벌R&D센터가 완공된다”며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앞장서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