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10-07 10: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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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에 열중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이 '시간차'로 부동산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토목, 플랜트 등 다른 사업에 견줘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후 주택이 전국에 쌓이면서 도시정비시장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형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한파에도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10대건설사 주택 브랜드.
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각각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수주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날까지 도시정비 신규수주 규모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8조3520억 원, GS건설이 4조874억 원, 롯데건설 3조8041억 원, 포스코건설 3조38억 원, 대우건설 2조6587억 원, DL이앤씨 1조4350억 원 등이다.
4분기가 이제 시작되는 시점임에도 현대건설(5조5499억 원)과 롯데건설(2조5743억 원)은 지난해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GS건설(5조1437억 원)과 포스코건설(4조213억 원), 대우건설(3조8992억 원), DL이앤씨(3조816억 원)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거나 단독입찰에 따라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을 감안한 건설사별 수주 기대금액을 보면 현대건설은 9조 원 이상, GS건설은 6조 원,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4조 원대, DL이앤씨 3조 원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들은 때로 경쟁수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는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예상 공사비 7900억 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대결을 펼칠 것이 유력한 울산 B-03구역 재개발사업(예상 공사비 1조 원),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이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이는 서울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1215세대) 등이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하며 주택 브랜드 파워가 높은 대형건설사들이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따내자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오티에르, 드파인을 출시하며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에 합류했다.
이와 같이 대형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수주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부동산 경기는 한껏 얼어붙고 있는데.
일단 건설사들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를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고 바라본다.
보통 수주가 실제 아파트 건설과 분양으로 연결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심지어 5년, 10년이 걸리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침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파트값 하락이 최대 5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시간차로 혹한기를 가볍게 피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도시정비사업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꽤 높다.
정비사업은 사업주체인 조합에서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조합원 분담금도 들어온다. 이에 미분양에 따른 위험이 자체사업보다 낮다.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조합원 분담금을 통해 공사비와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어 공사비를 떼일 위험이 거의 없다.
실제 대형건설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미청구공사의 대부분은 해외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발주처의 지급여력이 부족하거나 원가 투입량이 실제 공정률보다 높아 청구할 수 없는 경우 발생한다.
도시정비사업은 이익률도 높다. 올해 2분기 건설자재값 상승에 따라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뚜렷한 하락추세를 보였지만 일반적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매출총이익률은 10~15% 수준에 이른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와 해외사업이 5% 안팎의 매출총이익률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대규모로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의 사정에 따라 사업속도가 달라 최근 2~3년 수주한 물량을 한꺼번에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장이 늘어나는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사의 전체 수주 목표를 채우는 데도 도시정비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 규모가 대규모 해외사업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일 때도 있다.
이를테면 현대건설이 올해 수주한 광주 광천동 재개발(1조6천억 원), 부산 우동3구역(1조2800억 원)은 웬만한 해외공사 규모이다. 또한 포스코건설이 주간사로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경남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사업은 공사비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많이 나가고 있는 중동 지역의 대규모 플랜트사업도 건당 수주 규모가 1조~2조 원 수준이다. 국내 도시정비사업 규모도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건설사들의 올해 국내 수주목표를 살펴보면 현대건설(별도기준) 10조7천억 원, 대우건설 10조1천억 원, DL이앤씨 6조2천억 원, GS건설 9조2천억 원 등이다.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 예상치를 고려하면 국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앞으로 도시정비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신규 수주는 시장 선점 효과도 볼 수 있다.
통계청의 전국 건축연도별 주택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1853만 세대 가운데 1980년~1989년에 지어진 주택의 비중은 10%이다. 심지어 1979년 이전에 지어진 집은 8%에 이른다. 참고로 1990년~1999년 건축 주택은 29%이다.
이에 따라 전국 30년 이상의 노후 주택은 370만 세대로 파악된다. 재건축 연한을 채운 주택들이 앞으로도 계속 도시정비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더욱이 준공 이후 15년이면 추진할 수 있는 리모델링사업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 발주물량이 1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1조3천억 원, 2021년 9조1천억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2025년 37조 원, 2030년 44조 원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조합과 시공사 사이 갈등이나 조합원 사이 내홍 등의 위험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위험도 분명히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다”며 “도시정비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큰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