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지시각 4일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넘어서 미국의 첨단 기술을 사용한 제품도 중국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를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정부는 중국에 반도체가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은 미국 기업이 만들지 않은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나 설계를 사용했을 때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가 2020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했을 때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활용했다. 당시의 제재로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갈 반도체를 삼성전자나 TSMC로부터 공급받지 못했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급감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을 때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동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와 YMTC 등에 14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용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8월26일에도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이번에 제재 대상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기술로 만든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미국 반도체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영업 비밀을 훔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고강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40%에 이르는데 이 제품들은 대부분 미국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만들어진 만큼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이 막힌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중국 내 판매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중국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시장이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