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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 애탔다, 세계국채지수 편입효과 뭐길래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9-30 16: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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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날아왔습니다.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채권시장 국가분류’ 발표에서 한국을 시장접근성이 가장 높은 레벨2 국가로 분류한 건데요.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이 높은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포함됐습니다.
 
[백브리핑]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 애탔다, 세계국채지수 편입효과 뭐길래
▲ 한국이 29일(현지시각) 영국 FTSE러셀그룹의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WGBI 편입 가능성이 높은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사진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는 영국 FTSE러셀그룹의 발표 이후 즉각 환영의 뜻을 담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별도 브리핑 등을 통해 이 소식을 발 빠르게 알렸는데요.

정부가 이 소식을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 온 건 우리 정부와 세계채권지수의 오랜 인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정부와 세계국채지수의 인연은 2009년까지 이명박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국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본격 추진했습니다.

세계 주요 투자기관이 국채투자를 할 때 세계국채지수를 따르거나 참고하는 만큼 여기에 편입되면 외국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기대됐기 때문이죠.

정부는 2009년 외국인의 국채투자에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외국인투자자에게 친화적 방향으로 법안까지 바꾸며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2011년 편입 계획을 철회합니다.

규제 완화 이후 외국인 단기자금이 빠르게 늘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올랐고 이에 국내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세계국채지수에 들어갈 요인이 크게 사라졌던 거죠.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국채지수 이야기가 다시 나온 건 문재인정부 때입니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고 중국마저 세계채권지수에 편입되자 정부는 2020년 10월 ‘국채시장 역량 강화 대책’을 통해 세계채권지수 편입 검토를 공식화합니다.
 
[백브리핑]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 애탔다, 세계국채지수 편입효과 뭐길래
▲ 2020년 10월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채시장 역량 강화 대책' 자료에서 발췌.

이후 연구용역을 통해 세계채권지수 편입 시 기대효과와 위험요인 등을 검토하며 편입을 준비했고 정권 말기에는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세계채권지수 편입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세계채권지수 편입을 국정과제로 삼고 더욱 힘을 실었습니다.

세계채권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전부터 발행잔액 500억 달러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을 달성해 정량평가는 충족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이 얼마나 국내 채권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느냐를 보는 정성평가였는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약점이 있었습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국가 대부분이 외국인의 국채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하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2011년 세계채권지수 편입 계획을 철회하며 외국인의 국채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 혜택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7월 ‘2022년 세제개편안’에 외국인의 국채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비과세하는 내용을 담으며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해외설명회를 열고 이런 변화된 부분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렸습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직접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세계국채지수 편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최 차관이 지난달 동아일보에 낸 기고를 보면 “지난해 한국과 신용등급이 비슷한 국가의 10년물 국채 평균금리가 0.8%인 데 반해 한국은 2.1%이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이 30∼40%에 이르지만 우리는 20%를 밑돌고 있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면 채권금리 하락으로 연간 5천억~1조1천억 원의 이자 비용 절감이 전망된다” 등 구체적 수치를 통해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한국은 결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은 관찰대상국에 포함됐습니다. 보수와 진보정권을 가리지 않는 노력이 결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눈앞까지 이끈 셈인데요.

정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이르면 내년 9월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면 대규모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예상됩니다.

세계국채지수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 세계 23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세계 최대 채권지수로 추종자금 규모만 2조5천억 원 달러에 이릅니다. 1400원대의 지금 환율을 적용하면 286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입니다.

한국에는 이 가운데 2~2.5%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연구원은 2020년 진행한 연구에서 세계채권지수 편입에 따라 50조~60조 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시장에서는 지금의 높은 환율까지 고려해 90조 원 이상의 자금이 새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8월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약 232조 원인데 이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추가 자금이 세계국채지수 편입으로 새로 유입될 수 있다는 거죠.

이는 결국 한국 국채가격을 높이고 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정부의 이자비용 절감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상대 차관이 언론 기고문에서 세계채권지수 편입에 따라 1조 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국채시장 안정화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지난해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결정된 중국 사례를 보면 실제 편입에 앞서 외국인 자금이 먼저 유입된 것이 확인된다”며 “최근 국채 금리 상승에는 원화 약세 요인도 존재하는 만큼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가시화하면 원화 약세 압력이 축소될 것이다”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으로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위해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백브리핑]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 애탔다, 세계국채지수 편입효과 뭐길래
▲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장 모습. <연합뉴스>

우선 외국인의 국채투자 소득을 비과세하는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꼽힙니다.

정부는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9월 초 국회에 발의했는데 현재 연말 국회 통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형철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인 국채투자에 대한 면세는 글로벌 흐름으로 야당도 여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걸로 보인다”며 “다만 세법 개정안 전체로 봐서 지연될 수 있는 부분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여야는 현재 대통령의 외국 순방, 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등 국내외 여러 현안을 놓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정쟁이 더 뜨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놓고 그동안 진보와 보수정권 모두 긍정적 태도를 보여 온 만큼 국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봅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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