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화그룹에 매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단순한 출자관리가 아니라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업에게 매각하는 민영화 작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화그룹에 매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민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반면
윤석열정부가 항공우주청 신설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서둘러 민영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9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가는 오전 11시 기준 전날보다 7.45% 상승한 5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BS는 전날 한화그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출입은행과 수차례 접촉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수출입은행은 이 보도에 대해 29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관련해서 한화그룹 측과 접촉하거나 논의를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화그룹 역시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회사가 등장한 것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앞서 2013년과 2016년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민영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부진한 실적과 주가 등으로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어왔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685억 원, 영업이익 344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65%, 영업이익은 42.61% 각각 줄었다.
방문규 전 수출입은행 행장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식 매각까지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출자회사 관리위원회에서 경영정상화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수출입은행 취득가의 절반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최근 방산주가 강세흐름을 보이면서 주가도 회복하고 있어 지분을 정리하기에 좋은 시점을 맞고 있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으며 1주당 취득가격은 6만456원이다. 29일 기준으로 약 1조3천억 원 규모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은 바젤Ⅲ(국제은행자본규제)의 적용 시기가 2023년으로 다가오고 있어 자본건전성을 위해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서둘러 민영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우주청 설립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꼽아 추진하고 있는데 발사체 제작 역량을 갖춘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중추적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있는 경남 사천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이 지역이 항공우주의 요람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수출입은행이 한화그룹과 같은 대기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매각한다면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헐값매각이나 특혜시비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는 지금까지 8조 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공적자금만큼의 인수대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한화그룹은 4조2천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대금으로 2조 원을 제시했다.
게다가 당장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힘을 쏟아야 하고 또 다른 대형규모의 인수를 연이어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바로 사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민영화한다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진행을 하게 될 것이다”면서도 “아직 매각과 관련해 협의나 검토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