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한 조 단위 대형 부동산 거래가 또 무산됐다.
7조 원 규모 미국 호텔 인수 계약이 2020년에 엎어진 데 이어 최근 서울 여의도 IFC 인수를 위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무려 2건의 조 단위 거래 무산을 경험하게 됐다.
▲ 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한 조 단위의 대형 부동산 거래가 또 무산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그룹 사옥.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IFC 매매계약과 관련한 협상이 결렬된 데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IFC를 인수한 뒤 매각을 추진한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5월 여의도 IFC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매수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천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매매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약 4개월 동안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은 22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26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천억 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는 점이다.
당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IFC 인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반환불가 조건의 이행보증금을 내걸었고 국토교통부의 리츠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단서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IFC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국토부에 '미래에셋세이지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IFC 인수 구조에서 대출 규모가 절반에 이르는 점을 문제삼으며 리츠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리츠 허가가 나오지 않아 거래가 엎어졌기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국제분쟁 중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1년에서 1년6개월이 소요되는데 사안에 따라서는 최근 다시 이슈가 된 론스타 사례처럼 10년 넘게 분쟁이 이어지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 사이 분쟁이 1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통상적 기간이 소요되더라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서는 상당기간 2천억 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유동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그룹은 이전에도 7조 원 규모 호텔 매매계약이 파기되면서 약 7천억 원의 계약금이 2년동안 묶이기도 했다.
2019년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캐피탈 등은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개를 인수하기 위해 중국 안방보험과 계약 맺었고 계약금으로 7천억 원가량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 호텔매매거래 역시 무산됐으며 미래에셋그룹은 2년 가까운 기간동안 소송전을 벌인 끝에 계약금 전액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미래에셋그룹은 2년여 만에 돌려받은 계약금 일부를 IFC 인수 보증금으로 납입했는데 이번에 또 다시 거래가 무산된 데 따라 대규모 자금이 묶이게 됐다.
수천억 원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 역시 고스란히 미래에셋그룹이 감당해야 한다.
비록 거래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호텔 인수거래는 국내 금융그룹이 추진한 가장 큰 규모의 해외부동산 투자였으며 IFC 인수 역시 4조1천억 원의 가격이 책정돼 국내 부동산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에 해당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IFC딜은 호재가 전혀 없었다"며 "금리가 급격히 높아진 데다 시장 유동성이 씨가 말랐고 환율 문제로 매도측에서 가격을 낮춰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