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의 막대한 영업손실 전망에 올해 4분기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정부는 수요관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26일 10대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4분기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정부는 수요관리 쪽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산업용전기 요금 조정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전과 정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주 중으로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은 당초 지난 21일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사이 협의가 길어지며 한 차례 연기됐다.
현재 정부 내 분위기를 보면 사실상 4분기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9월 들어 전력도매가격(SMP)이 kWh당 200원대를 웃돌며 역대 최고가를 여러 차례 갱신하는 등 한전의 적자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한전의 전력공급 약관에 따른 연간 조정 한도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이 모두 이뤄져 추가 전기요금 인상에는 다시 전력공급 약관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발표할 때도 한 차례 발표를 연기한 뒤 전력공급 약관 개정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한전의 재무상황과 국제유가, LNG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서 한쪽으로는 국민의 부담도 고민해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4분기 전기요금 조정에서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미 결정된 사안인 기준연료비 kWh당 4.9원 인상까지 포함하면 올해 4분기에는 kWh당 9.9원이 오르게 된다.
매달 평균 전력소비량인 307kWh를 소비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은 3천 원 정도 오른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부담을 무릅쓰고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이 3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역부족인 셈이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21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35조4천억 원 영업손실을 본다는 전제 아래 올해 영업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요금 수준은 kWh당 261원에 이른다.
평균적인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전기요금을 8만 원 정도 인상해야 한전의 적자를 만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kWh당 5원을 올리는 데도 물가 상승 압박, 국민 여론 등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만회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재정난 해결을 위해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현실적으로 구체적 시행이 녹록지 않다.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는 지난 5월부터 제도 도입이 추진됐지만 발전사들의 반발로 현재 산업부 검토 단계에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프랑스, 독일과 같이 전기의 수요를 줄이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새로 잡은 듯 보인다.
한전의 영업손실이 비싼 값에 전기를 사 싼 전기요금으로 공급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만큼 파는 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녁에 라이트 켜고 골프 치는 게 스트레스도 풀 수 있겠지만 현재 에너지 상황에서 적절한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에너지 공급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많이 쓰는 다소비 구조에 어떤 형태로든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력수요 감축 노력에는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가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전기는 전체 전력 수요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전기요금도 일반 가정용 요금에 비해 저렴해 원가 회수율이 70%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지나치게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놓고는 외국에서 사실상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6일 10대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전반적인 요금 조정도 필요하겠지만 특히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