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카 주가가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사진)이 기업공개 전 자신했던 방향과 정반대인데 앞으로 흑자 전환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시각을 바꿔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제 때 기업공개해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좋은 회사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신사업, 기술투자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로써 모빌리티 시장에서 좀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이 향후 (쏘카) 주가에도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가 회사 상장을 한 달쯤 앞두고 유튜브 기반 경제종합방송 채널에 출연해 한 말이다.
하지만 상장한 지 이제 딱 1달이 된 쏘카의 주가는 이와 정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시가총액 1조 원’의 유니콘기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쏘카로서는 조금 머쓱한 상황이다.
박 대표 앞에 투자자 신뢰 회복이 중요 과제로 떨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쏘카의 비전으로 삼고 있는 ‘모빌리티 슈퍼앱’이라는 청사진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21일 쏘카에 투자했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주가가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은 드물다.
당장 22일 보호예수가 풀리는 쏘카 보통주 197만4524주가 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인데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쏘카 전체 주식의 40%가 넘는다는 점에서 주가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보호예수 해제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쏘카의 주가 전망은 좋은 편이 아니다.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을 받아온 데다가 쏘카가 흑자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쏘카와 같이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적자가 나도 외형 성장만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과 수익성을 방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조차 쏘카에 큰 관심이 없다.
쏘카가 상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몇몇 증권사가 돌아가며 쏘카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내놨지만 8월 초부터 쏘카와 관련해 분석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로서도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8월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소비자들의 이동 과정에 필요한 모든 예약을 한 개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차량공유서비스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전기자전거와 주차플랫폼 서비스 등을 포함해 모빌리티 분야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이런 쏘카의 비전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투자자들은 찾기 힘들다. 비전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인데 과연 쏘카가 이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것인지 의구심이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2022년 8월22일 한국거래소 건물 외관에 걸린 '쏘카 코스피 상장' 현수막. <박재욱 대표 페이스북> |
쏘카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21억 원, 영업이익 14억 원을 냈다. 2020년 4분기, 2021년 3분기 이후 3번째 분기 흑자로 의미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영업손실 71억 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계속 쏘카의 미래를 의심하고 있다. 쏘카가 3분기에 어떤 실적을 내놓느냐가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지, 더할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여러 자리에서 “올해 흑자전환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냉소적 시각을 돌려세우는 데는 박 대표의 역량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평소 강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가란 시장에서의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조건은 시장의 문제를 포착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 말을 현재 쏘카 상황에 대입해보면 결국 박 대표가 쏘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기업가로서 스스로 존재 의미를 세우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에서 쏘카의 수익성을 놓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박 대표의 경영철학이나 다름없는 기업가의 자질을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쏘카가 지향하고 있는 ‘모빌리티 슈퍼앱’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다른 유니콘기업의 유사한 서비스와 차별화 지점을 찾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올해 안에 코레일과 협업해 KTX 예약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한 상태다. KTX에서 하차한 뒤 쏘카존까지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차량을 빌리는 모빌리티의 전 과정을 쏘카앱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구상이다.
하지만 야놀자와 트립닷컴 등 여러 여행앱은 이미 숙박뿐 아니라 항공·철도 등 모빌리티 관련 예약 서비스를 앱 안에서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 또한 많다는 측면에서 사업의 활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21일 쏘카 주가는 전날보다 2.16%(400원) 내린 1만8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인 2만8천 원과 비교해 35% 넘게 빠졌고 시가총액은 6천억 원 밑으로 내려갔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