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관투자자가 9월에 들어서도 고려아연 주식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2차전지 사업 확대 기대감과 영풍그룹 내 지분확보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 기관투자자와 9월에 들어서도 고려아연 주식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사진은 수소산업 전시회에 참여한 고려아연 부스. |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8월24일부터 9월7일까지 12일 연속 고려아연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후 9월13일부터 9월16일까지 또다시 4거래일 연이서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의 꾸준한 순매수가 주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20일 전날보다 2.21%(1만3천 원) 오른 60만1천 원을 기록했다.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가 시작된 24일부터 이날까지 5.25%(3만 원) 상승했으며 올해 저점인 45만 원(7월15일)과 비교하면 33.56%(15만1천 원)나 뛰어올랐다.
특이점이 있다면 일반 기업을 뜻하는 기타법인도 계속해서 고려아연 주식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고려아연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타법인은 8월 초부터 고려아연 주식을 꾸준히 장내 매수해 왔다.
기타법인은 8월1일부터 21거래일 연이어 고려아연 주식을 순매수했고 특히 8월8일에는 주식 34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기타법인은 9월 들어서도 14일을 제외하면 연일 순매수를 택하며 고려아연 주식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8월30일 공시에 따르면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23일부터 26일까지 주식 37억 원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율은 0.03%다.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앞서 8월5일 한화그룹 자회사인 한화H2에너지USA가 9월8일 진행될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 5%지분을 취득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부 6.88%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최윤범 부회장 측 우호지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 부회장 측에서 계열분리에 대한 의지가 커지면서 지분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수소, 이차전지를 포함한 신사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최윤범 부회장 측의 고려아연에 대한 계열분리 의지가 커지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황해도 출신의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의 동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영품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 계열사는 최씨 일가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지분경쟁은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두 세력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장내 주식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고려아연의 지분경쟁이 장기화되면 고려아연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2차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점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고려아연은 6월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 GSDK을 948억 원에 인수하고 7월 미국 전자폐기물 수거·처리 업체인 이그니오홀딩스를 4324억 원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8월5일에는 한화그룹 자회사 한화H2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분야 및 2차전지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제휴를 맺고 지분 투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2차전지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사업 분야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를 두고 “우수한 펀더멘탈(기업의 내재가치)에 신사업 성장성이 더해지고 있다”며 “안정적 수익창출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신사업이 추가되면서 중장기 투자매력이 상승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