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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00일] (1) 사망사고 안 줄었다, 100여 건 수사에 기소 1건

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 2022-09-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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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00일] (1) 사망사고 안 줄었다, 100여 건 수사에 기소 1건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00일이 넘게 지났지만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거의 줄지 않고 있다. 기업의 피해가 많아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00일이 지났다. 과연 우리 일터는 더 안전해졌을까.

이 법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 쪽 불만은 외려 커지고 있었다. 견해차가 워낙 컸고 민감한 현안이라 취재도 쉽지 않았다. 두 달에 걸쳐 최대한 접근해 봤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더 이상 일터에서 사람이 죽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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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 8월 경기도 안양시의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두 명이 펌프카 작업대에 깔려 숨졌다. 

펌프카는 콘크리트 반죽을 고층 등으로 쏘아주는 차량이다. 당시 펌프카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작업대를 길게 펼친 상태였는데 작업대 받침에 문제가 생겨 넘어졌고 마침 그 밑에 있던 노동자 2명이 참변을 당했다.

이는 올해 이 회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로 벌써 4명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DL이앤씨는 2021년 한 해 동안 사망자가 1명뿐이었다. 사망사고 0건인 SK에코플랜트 뒤를 이어 사고가 가장 적은 곳으로 꼽혔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오히려 사망사고는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말 시행된 뒤 8개월이 지났음에도 노동자 사망사고는 거의 줄지 않고 있다. 건설업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도 여전히 전체 산업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망사고를 냈고 제조업 쪽은 사망자 수가 오히려 늘었다.

20일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을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완전히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영계는 법 조항이 모호하고 기업의 피해가 막심하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부실수사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정부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등에서 제대로 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이 법이 시행된 1월27일부터 6월 말까지 상반기 동안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은 303건으로 모두 3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고건수는 31건, 사망자는 20명 줄어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사망자수는 120명으로 지난해 127명에서 고작 7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320명 가운데 거의 절반인 155명은 건설현장에서 사망했다. 지난해보다 24명 감소한 것이다. 제조업 사망자는 99명으로 건설업보다 양호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명보다는 오히려 10명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사망자가 340명에서 320명으로 5.9% 줄긴 했으나 처음 법을 만들 당시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 제정 당시 논란이 뜨거웠고 건설사 등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따로 두는 등 산업안전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였음에도 산재사망자수는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쪽은 우선 당국의 수사와 기소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9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은 104건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4건, 실제 기소로 이어진 것은 노동자 16명이 독성물질에 중독된 두성산업 사건 단 한 건에 불과하다.

태산명동서일필, 즉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 200일] (1) 사망사고 안 줄었다, 100여 건 수사에 기소 1건
▲ 민주노총 등이 8월10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노동부 감독 행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이은주 국회의원실>
노동계는 정부의 늑장수사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8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공동주최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노동부 감독 행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 자리에서 “사건 발생 뒤 노동자나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깜깜이 수사’가 이뤄진다”며 “압수수색이 실시되더라도 사고 발생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진행돼 기업이 서류를 조작할 시간을 보장해준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계는 중대재해사건 수사에서 사망 노동자의 유족 참여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 시행 며칠 전인 올해 1월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공장에서 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는데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한 달 뒤에 진행됐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흥알앤티도 비슷한 사례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대흥알앤티에서 지난 2월 직원 13명이 화학물질에 중독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대흥알앤티도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나고 나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대흥알앤티 사건은 이제껏 유일하게 기소된 두성산업과 비슷한 사례지만 수사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됐다. 검찰이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영계는 어차피 실효성도 떨어지는 법 때문에 기업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벌이 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의 기소까지 가지 않고 수사단계에서 종료되더라도 기업경영과 이미지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 내용이 불명확하고 모호해 현장에 혼란이 크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고 있다. 

결국, 원인 진단은 정반대로 하고 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런 실효성 부족은 일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속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5~49인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50인 이상인 곳에서보다 두 배가량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사망재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수는 500명이다. 전체 사망자 2062명의 24.2%에 이르러 사망자 4명 가운데 1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을 거둔 셈이다.

노동계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면 경영계는 5인 미만인 곳은 영세사업장인 만큼 처벌보다 지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월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은 대부분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라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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