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의 자체 캐릭터 '벨리곰'이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은 벨리곰이 독일 베를린 현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롯데홈쇼핑> |
[비즈니스포스트] “벨리곰은 우연히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에 방문한 어린이가 흘린 풍선껌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유령의 집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식탐 때문에 유령의 집에서 쫓겨났다. 태생이 유령의 집 출생인지라 사람들을 놀래키고 행복을 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벨리곰 관련 상품을 파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벨리곰의 탄생 스토리다.
벨리곰은 단순히 탄생 일화만 가진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MBTI 유형은 ENFP다. 흔히 '엔프피'라고 불리는 이 MBTI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등으로 불리는 유형이다.
‘장난기 많고 사람을 놀래키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며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 주목받는 기분’, 싫어하는 것은 ‘뾰족한 것, 무관심’ 등이다.
특징으로는 ‘기분이 좋을 때 양팔을 마구 흔든다’ ‘싫을 때는 바람이 빠지기도 한다’ ‘손가락이 두꺼워 오타를 잘 낸다’ 등이 있고 특기는 ‘곰 인형인 척 하다가 놀래키기’다.
이쯤이면 벨리곰이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계관이 탄탄하다. 롯데홈쇼핑이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 2018년 진행한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지 4년이 지나면서 벨리곰은 제법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로 진화하고 있다.
벨리곰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 ‘조용한 출장’을 가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5~6일 롯데그룹,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진행한 ‘2022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이 별도로 벨리곰의 행사 참석을 공지하지 않았던 터라 독일행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벨리곰은 5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ㄴㅏ어ㄷㅣ야ㅑ?’라는 글과 함께 엑스포 곳곳을 누비는 짤막한 동영상을 올렸다. 글에서 '손가락이 두꺼워 오타를 잘 낸다'는 특징이 드러난다.
벨리곰 인스타그램을 팔로워하는 네티즌들은 ‘벨리 베를린에서 만나다니!’ ‘벨리 해외 갔구나’ ‘모든 지구인들을 벨린이들로 만드는거야! 벨리 세상을 만들자!’ 등의 댓글로 벨리곰의 해외 출장을 응원했다.
최근에는 베를린 시내를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올렸다. ‘이러ㅓ면 얼굴ㄹ 작ㄱㅔ 나오게ㅉㅣ?’라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좋아요’가 1200개 넘게 달렸다.
15일에는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도 올렸다. 동영상에는 한 어린이가 누워 있는 벨리곰을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벨리곰은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관광 명소로 유명한 ‘피어17’에 가야 한다. 롯데홈쇼핑은 높이 15m 크기의 초대형 벨리곰인 ‘어메이징 벨리곰’을 현지에 이틀 동안 전시한다.
롯데홈쇼핑이 벨리곰을 글로벌 대표 캐릭터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만큼 앞으로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롯데그룹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벨리곰을 만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홈쇼핑이 벨리곰 사업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성장성이 둔화한 TV홈쇼핑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캐릭터사업을 키우면 이와 관련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후에는 다양한 사업과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벨리곰에 쏟아지는 관심을 놓고 보면 단순히 롯데홈쇼핑의 캐릭터사업에만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러 글로벌 행사에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참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롯데그룹 해외 진출에 선봉장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현재는 롯데홈쇼핑과 연계한 캐릭터사업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 벨리곰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 행사장에 등장한 벨리곰. <롯데홈쇼핑> |
벨리곰의 높은 인기는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롯데홈쇼핑은 8월17~18일 이틀 동안 벨리곰NFT(대체불가토큰)을 판매했다. 첫날은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둘째 날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졌는데 일반 고객 판매분은 0.5초 만에 완판됐다.
앞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경기 의왕 롯데아울렛 등에서 열린 초대형 벨리곰 전시에서도 벨리곰을 보기 위한 인파가 쏟아지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이 벨리곰 사업 계획을 좀 더 꼼꼼하게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벨리곰NFT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놓고 “벨리곰을 아기상어를 뛰어넘을 글로벌 캐릭터로 만들도록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이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올해 초 벨리곰 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캐릭터사업팀으로 재편하고 마케팅본부 내 미디어사업부문에 배치하며 힘을 싣고 있다. 캐릭터사업팀의 팀원 모두 MZ세대로 구성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물론 지금은 ‘인싸’인 벨리곰에게도 어두운 시절은 있었다.
벨리곰이 세상에 태어난 시기는 2018년 8월이지만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2018년 당시 벨리곰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안한 입사 2년차 직원 유현진 대리가 벨리곰을 유튜브 스타로 키워내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반응이 미약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홈쇼핑 경영진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지금의 벨리곰 성공 신화가 쓰여질 수 있었다.
유 대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구독자가 거의 늘지 않을 때 눈치가 보였지만 그럼에도
이완신 대표께서 ‘성공할 것이다’라고 믿어주셔서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과거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으로 일하며 ‘러버덕’ ‘슈퍼문’과 같은 대형 전시를 주도해 성공시킨 경험을 지닌 경영자다.
‘지나가는 시민을 깜짝 놀래키는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2021년부터 서서히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벨리곰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올해 3월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초대형 벨리곰인 어메이징 벨리곰을 전시하는 행사에만 325만 명 이상이 다녀가면서 벨리곰은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도 이 시기를 벨리곰이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된 ‘티핑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남희헌 기자
▲ '벨리곰'이 20~2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관광 명소인 '피어17'에 전시된다. 관련 행사 포스터 모습. <롯데홈쇼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