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나 기자 annapark@businesspost.co.kr2022-09-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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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비은행 강화의 선봉장이었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호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 안에서 높은 순이익 기여도를 차지했다.
▲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지닌 비은행 강화 선봉장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하지만 올해 증권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증권사들의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고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73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조5038억 원과 비교해 51.10%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곳은 NH투자증권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2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이 527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무려 58.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농협금융지주 안에서 20.22%에 이르렀던 NH투자증권의 지배주주 순이익 기여도는 올해 상반기 9.34%에 그쳤다.
KB증권은 상반기에 순이익 1861억 원을 올려 지난해 상반기 3772억 원과 비교해 5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가 순이익 2조7566억 원으로 1년 전(2조47340억 원)보다 11.42%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지주 전체 순이익이 증가하는 동안 KB증권의 순이익은 반토막났고 지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상반기 15.24%에서 올해 상반기 6.75%로 크게 줄었다.
하나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에 1383억 원, 189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각각 49.84%, 41.46% 감소했다. 순이익 기여도는 하나증권이 15.74%에서 8.01%로 줄었고 신한금융투자는 13.21%에서 6.95%로 감소했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확대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고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많은 순이익으로 비은행부문 강화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증시 부진으로 1년여 만에 실적 반토막이라는 참사를 겪으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금리상승으로 채권 하락 등 증권사의 운용이익이 급감했고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증시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실적 회복으로 비은행 부문 선봉장이라는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증권업계 업황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 매매평가손실 축소 등으로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은 2분기 보다 개선될 전망이지만 분위기 반전 여지는 크지 않다"며 "여전히 매파적 태도가 이어지고 투자금융(IB) 부문 성장 둔화와 보유자산 손실 인식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업황 개선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에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랐던 만큼 하반기에는 인상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잦아들 수도 있다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오기는 한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불균형, 중국 경기침체 등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유럽의 에너지 공급 개선,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등이 확인되는 시점은 연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0.7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린 것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미국 연준이 20∼21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금리가 계속 큰 폭으로 오르면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서 연준은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9월 FOMC에서도 자이언스트텝이 결정되면 3연속 0.75%포인트 인상이 이뤄지게 된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