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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돼도 속수무책 상태는 결코 아니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09-08 16: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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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완화법(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반전이 일어난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직접 시행할 수 있는 타개책으로 전기차 가격을 깎아주는 방안에 시선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우호적 환율환경과 최저 수준의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낮은 재고 수준을 갖고 있어 대규모 할인 전략을 펼칠 여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돼도 속수무책 상태는 결코 아니다
▲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인플레이션 완화법(감축법, IRA) 대응에 나선 가운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소비자에게 그룹차원에서 직접 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전기차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직접 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법안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즉시 시행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12월31일까지 IRA 시행에 따라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목록 발표했는데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모두 제외됐다.

이에 정부 합동대표단에 이어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한국산 전기차 차별과 관련한 한미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하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 명시적 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시행령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어 법안의 유예나 개정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상반기 착공 계획을 세운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과 완공 시점을 2025년 상반기에서 6개월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된다. 여전히 2년 동안은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전기차 현지 생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기존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법이 제기되나 여기에는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대차·기아의 단체협약은 국내 생산 차종을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 공장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때는 고용 안정위의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실시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구책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미국 연방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할인을 직접 제공하는 방안이 꼽힌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보조금을 못 받게 된 현대차 소비자들의 손실을 보상해 주기 위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IRA 보조금 7500달러를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모두 월 8천 대의 전기차를 미국에서 판다고 가정할 때 전액 보상에는 1억8천만 달러(약 2480억 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올해 2분기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합산 영업이익(5조2139억 원)의 4.7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방안은 수익성을 낮춰 점유율을 방어하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이 갖춘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한다.

올해 하반기 현대차그룹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맞고 있어 할인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2일부터 7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380원 대로 치솟으며 6거래일째 장중 연고점을 새로 썼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돌파한 것은 13년 5개월 만이다. 이런 고환율 기조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하반기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출 기업에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환율이 상승하는 폭만큼 매출이 증가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하락 기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유럽의 에너지 공급 개선,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등이 필요하다"며 "이는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1년 전보다 12% 상승한 원/달러 평균 환율에 힘입어 올해 2분기 각각 6410억 원, 509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중간도매상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이 낮은 점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큰 힘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미국 자동차시장의 평균 인센티브는 1117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409달러, 450달러를 보였다. 특히 신차판매가격에서 인센티브 비중은 현대차와 기아가 1.3%, 1.7%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할인을 적게 해줘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으로 낮은 인센티브는 수익성 강화로 직결된다. 올해 2분기 기아는 인센티브 감소의 영향을 받아 환율효과보다 큰 5270억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영업일선에서 차를 팔기 위한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돼도 속수무책 상태는 결코 아니다
▲ 8월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매우 낮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데도 경쟁업체보다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창고에 쌓인 제품이 많으면 가격을 올리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재고일수는 36일을 기록해 공급과잉과 수요초과를 나누는 기준인 최적 재고 70~80일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인기있는 현대차그룹 차종의 재고는 극도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지웅 연구원은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준대형SUV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재고일수가 7~9일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반면 준대형SUV 쉐보레 트레버스, 혼다 파일럿 등은 30일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현대차·기아로서는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은 편이다"고 분석했다.

보조금에서 제외된 시기를 잘 버티고 미국 생산 체제를 갖추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RA 시행으로 북미 지역에 전기차 생산기지가 없는 현대차그룹에 있어 '발등의 불'은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지만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조건은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의 가격이라는 시선이 많다.

IRA는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 가격을 일반 세단은 5만5천달러 이하, SUV·밴·픽업트럭은 8만 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 보조금 지급 대상자 소득은 연간 기준 개인 15만 달러, 부부합산 30만 달러 이하여야 한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30%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 가격 조건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라인업의 전기차까지 모두 전기차 보조금 가격 상한을 넘지 않아 보조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파격적 할인 정책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잘 버티기만 한다면 유리한 환경을 맞게 되는 셈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전기차 차량가격과 구매자 소득 제한 요건이 추가된 점은 테슬라,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GMC 등 프리미엄 차량 위주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불리하다"며 "반면 아이오닉5, EV6 등 대중적 전기차가 주력 상품인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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