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엔지니어들이 애플 아이폰 생산뿐 아니라 설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외국언론 보도가 나왔다.
중국 엔지니어들이 아이폰에 탑재되는 부품 협력사를 직접 선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한국 부품업체를 포함한 아이폰 공급망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 애플이 현지시각으로 9월7일 개최하는 아이폰14 출시행사 초대장 이미지. |
뉴욕타임스는 7일 “이른 시일에 정식으로 발표되는 ‘아이폰14’ 시리즈의 생산과 출시 과정은 애플이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7일 출시행사를 열고 애플 아이폰14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폰14가 역대 출시된 아이폰 가운데 중국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제품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엔지니어들이 생산뿐 아니라 제품 설계 과정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이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애플 제품에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항상 명시해 둘 정도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아이폰이 이제 중국에서 설계와 생산을 사실상 모두 담당하는 제품으로 거듭났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강력한 출입국 제한 정책을 도입하면서 미국 본사에 있던 엔지니어 및 개발자들이 중국으로 이동해 제품 생산 절차를 총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4 개발과 생산 준비를 본격화하며 중국에 거주하는 엔지니어들이 대부분의 제품 설계를 도맡아 하도록 권한을 넘겨줬다.
미국 본사 직원들이 하루 1천 달러(약 138만 원)의 고액 보수에도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일을 꺼렸던 만큼 중국 현지에서 인력 확보가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결국 아이폰14 설계와 생산 준비 과정에 이전보다 더 깊숙이 참여하면서 직접 부품 협력사를 선정하는 권한까지 확보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변화에 따라 아이폰14에 중국산 부품을 탑재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중국이 아이폰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애플이 BOE와 YMTC 등 중국 기업에서 아이폰에 쓰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들이기 시작한 점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을 비롯한 주력 상품 대부분을 대만 폭스콘, 페가트론 등 기업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중국에 아이폰 설계와 생산을 의존하는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 부품업체들이 애플의 기존 협력사를 대체하는 흐름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변화는 애플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며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고 있던 한국 부품업체들에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LG이노텍은 아이폰 등 제품에 쓰이는 카메라모듈과 3D센서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로 자리잡아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애플 아이폰용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해 한국 부품업체들의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 기업에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엔지니어들이 아이폰 설계와 부품업체 선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자연히 중국 기업을 우선순위에 둘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이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갈수록 강화하는 일은 한국 전자산업 전반에 잠재적으로 큰 위험요소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고성능 제품 생산을 위해 들이는 비용은 대부분 중국 엔지니어와 부품업체의 손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애플이 중국에 의존을 낮추려 시도한 적도 있지만 이는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