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시장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3개월도 안 돼 코로나19 오미크론 BA.4·BA.5 변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제조할 수 있었다. 지속해서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힘이다.”
현지시각 8월31일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텍 CEO가 한 말이다.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2가 백신을 추가접종(부스터샷)용으로 승인했다.
FDA가 코로나19 2가 백신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가 백신은 2가지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승인된 백신들은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BA.4·BA.5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를 갖췄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이 승인된 만큼 곧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백신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뒤에도 발빠르게 대응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게 된 셈이다.
현재 오미크론 BA.4·BA.5 변이는 미국 코로나19 감염사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8월27일 기준 확진자의 88.7%가 BA.5에, 3.6%가 BA.4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오미크론 BA.4·BA.5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백신 개발업체들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러스를 따라가기 버겁다. 대부분의 기업이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 예방 목적의 백신을 출시했거나 그마저도 아직 개발하는 중이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적합한 백신을 따로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백신의 변이 대응 효과를 확인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 기업도 많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이와 달리 신속하게 ‘변이 맞춤형’ 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사힌 CEO의 말처럼 mRNA 백신 기술이 기여한 바가 크다.
mRNA 백신은 인체에 병원체 항원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전달한다. 체내 세포가 이 정보를 받아 항원을 만들면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 면역능력을 갖추게 한다. 반면 기존 백신은 대부분 항원을 직접 생산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징은 mRNA 백신의 빠른 개발과 생산으로 연결된다. 항원 생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질병 예방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가 담긴 mRNA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합성할 수 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경우 mRNA에 들어가는 유전자 정보만 바꾸면 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에서 “2020년 1월10일 코로나19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후 모더나에서 임상1상에 필요한 백신을 만드는 데 고작 2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mRNA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신종 병원체가 등장해도 유전자 정보만 알면 한 달 이내에 백신을 만들어 임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은 2020년 12월 FDA에서 첫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하며 코로나19 백신시장에 진입했다. 같은 달 모더나도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세계에 본격적으로 mRNA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시장 선두주자의 이점은 컸다. 한국바이오협회가 3월 발간한 ‘글로벌 백신 시장 및 국내 백신 수출입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전체 코로나19 백신시장은 656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약 83%를 화이자·바이오앤텍과 모더나가 차지했다.
실제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할 수 없이 증가했다. 모더나는 2019년 매출이 6천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무려 18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화이자 매출은 2019년 409억 달러에서 2021년 813억 달러로 급증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이미 mRNA 기술을 확립한 만큼 적어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에는 백신 개발기업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1년 전보다 더 증가해 각각 426억 달러, 2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