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8월 처음 개발을 선언한 테슬라 봇, 코드명 ‘옵티머스’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다음 달 대중에 공개하기 위한 준비에 역량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옵티머스의 손.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도전장을 내민다.
현대차의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테슬라가 내놓는 로봇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8월 처음 개발계획을 내놓은 테슬라 봇, 코드명 ‘옵티머스’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다음달 대중에 공개하기 위한 준비에 역량 집중하고 있다.
올해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슬라 AI(인공지능) 데이’는 9월30일로 연기됐다”며 “그 때 옵티머스 시제품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에 따라 다음 달에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8월17일 미국 매사추세츠 본사 2층에 설치된 코스에서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2대가 파쿠르(주위 지형이나 사물을 이용해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곡예 활동)를 펼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 6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미국 로봇 전문 기업이다.
1분 가량의 영상에서 두 로봇은 줄지어 있는 경사진 합판 패널들을 밟고 뛰어오르고 계단과 평균대를 오르내리며 한 손으로 장애물을 짚고 뛰어넘었다.
두 로봇이 동시에 뒤로 공중제비(백플립)를 돌며 끝나는 영상은 현재 12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놀랍다는 반응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아틀라스 영상이 공개되고 이틀 뒤인 지난해 8월19일 일론 머스크 CEO는 첫 번째 ‘AI 데이’ 행사를 열고 테슬라 봇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시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역동적 동작을 선보인 아틀라스와 달리 이날 행사에 등장한 것은 로봇 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사람과 움직이지 않는 옵티머스의 모형뿐이었다.
오랜 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1년 만에 성과를 내놓겠다는 일론 머스크 CEO의 공언에 현지 언론들은 냉소적 시선을 나타냈다.
CNBC는 “2019년 4월 머스크는 2020년 테슬라가 100만 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로보택시들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도 “머스크의 테슬라 봇 데모는 흰색 스판덱스에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이었다”며 “포드나 GM의 CEO가 이런 발표를 했다면 잔인한 조롱을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테슬라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키는 약 172cm, 무게는 약 57kg이며 시속 8km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최대 68kg의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고 20kg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머리에는 8개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완전자율주행(FSD) 컴퓨터가 동작을 제어한다.
미국 기술 매체 라이프와이어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발행하는 간행물에 칼럼을 기고하고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 봇은 처음에 반복적이고 지루하며 위험한 작업에서 사람을 대체하도록 배치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후 비전은 그들이 수백만 가구에 요리, 잔디 깎기, 노인 돌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시제품을 공개하고 로봇 지능을 향상시키며 대량 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며 “생산규모가 커지고 비용이 줄면서 미래에는 가정용 로봇이 자동차보다 저렴해져 10년 안에 사람들은 부모에게 생일 선물로 로봇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단순 노동의 대체에서 시작해 인간의 일상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상용화 하는 데 목표를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상용제품이 아닌 연구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백플립 등 고난도의 파쿠르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의 능력은 매우 화려하지만 볼거리만 제공할 뿐이다.
스콧 퀸더스마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팀 리더는 “한계를 뛰어넘는 동작이 가능한 아틀라스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과 관련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상용화와 별개로 로봇이 평균적인 성인과 같은 수준의 동작으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면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로보틱스 기술의 잠재적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 지난해 8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틀라스' 2대가 파쿠르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
대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로봇개 스팟을 상용화해 산업 및 재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올 3월 뉴욕소방국(FDNY)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을 구매해 화재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고 국내 건설 현장에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속속 투입되고 있다. 현재 일반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은 9천만 원 선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로보틱스 AI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도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최근 로보틱스와 AI(인공지능) 사이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차세대 로봇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지역에 가칭 ‘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가 모두 4억2400만 달러(약 5520억 원)을 출자했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일부 지분을 투자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마크 레이버트가 최고경영자(CEO) 겸 연구소장을 맡는다.
테슬라는 내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다음달 공개하는 옵티머스가 보이는 움직임이 테슬라 로봇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CEO의 야심찬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냉소했던 포브스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한 머스크의 타임라인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는 있지만 앞으로 10년 안에는 진정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