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8-21 15: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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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준중형SUV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현대차그룹의 점유율과 이익체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스포티지(왼쪽)와 현대차 투싼(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유럽에서 준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판매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두 모델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두루 갖추고 있어 전기차 전환기 유럽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과 이익체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유럽 자동차 산업 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투싼과 스포티지는 유럽 준중형SUV(C-SUV) 차급에서 판매 질주 가도를 달리고 있다.
투싼은 상반기 7만7459대가 팔려 1위, 스포티지는 6만7490대가 판매돼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는 각각 상반기 브랜드 전체 유럽 판매의 36.4%, 29.5%를 책임졌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55만6369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점유율 9.9%로 르노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두 차종이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선택의 폭을 넓힌데다 유럽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투싼과 스포티지는 1.6 가솔린터보 및 디젤 등 내연기관 모델을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 등 전기차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투싼은 지난해 3월, 스포티지는 올 상반기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투싼과 스포티지의 유럽 판매 물량을 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수월하게 펼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싼은 현대차 체코 노쇼비체 공장에서, 스포티지는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유럽 전역으로 배송하고 있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상반기 유럽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각각 1만1677대, 8080대가 판매되며 해당부문 9위와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톱기어는 최근 기아 스포티지 리뷰에서 "스포티지의 성공에는 고객이 사양을 정할 때 선택의 폭이 넓은 점이 도움이 됐다"며 "유럽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유럽형 스포티지는 다른 지역에 판매되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 더 크고 SUV 디자인이 더 강조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유럽법인은 "투싼은 유럽을 위해 유럽에서 만들어졌다"며 "준중형SUV 차급(세그먼트)에서 가장 광범위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거센 SUV 인기 바람도 투싼과 스포티지의 판매 질주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SUV는 약 274만 대가 등록되며 시장점유율 49.5%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SUV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 뒷걸음쳤지만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가 14%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자토 다이내믹스는 "유럽에서 급증하는 SUV 인기는 이제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검증된 현실이 됐다"며 "SUV 차종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높은 운전석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투싼과 스포티지가 속한 준중형SUV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14개 차급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에서 준중형SUV는 126만 대가 판매되며 22.8%의 점유율을 보였다. 올들어 판매된 자동차 4~5대 가운데 1대는 준중형SUV였던 셈이다.
▲ 2022년 상반기 유럽 준중형SUV 판매 순위. <자토 다이내믹스>
투싼과 스포티지가 최근 유럽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인지도를 한껏 높인 점도 판매 전망을 밝히고 있다.
올해 6월 투싼은 터키자동차기자협회 선정 '터키 올해의 차'에 올랐다. 앞서 2월에는 독일 '아우토 빌트 최고의 수입차 중형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유럽에서만 18개의 상을 받는 등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티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근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와 '아우토빌트'가 실시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비교 평가에서 잇따라 가장 경쟁력 있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판매량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이익체력을 키우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빠르고 진행되고 있으나 올해 2분기 신차 등록 기준 전기차 점유율은 9.9%에 머물렀다. 가솔린(38.5%)과 디젤(17.3%)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22.6%)가 여전히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전기차 전환기에 전기차 이외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모두 갖춘 투싼과 스포티지의 인기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이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되는 본격적 전동화의 과도기에 진입한다면 원재료 인상이 아니더라도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를 타개하고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사업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SUV는 1단계 윗급의 세단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돼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준중형SUV 투싼의 국내 판매가격은 2584~3801만 원으로 한 차급 위의 중형 세단 쏘나타(2592~3633만 원)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 조합(믹스) 개선이 지속됐다"며 "2분기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과 아이오닉5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글로벌 SUV 판매 비중이 1년 전 47%에서 52%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기아도 "상반기 유럽 시장 선호도에 맞춘 신형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RV(레저용 차량) 및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