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업황이 나빠도 안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도 안전과 환경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충남 대산공장 폭발사고로 위기를 겪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김 부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롯데케미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신설 또는 확대한 조직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지소재사업단, 수소에너지사업단 이외에 안전 및 환경 분야에 집중된 점이 눈에 띈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뒤 안전과 환경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말 기초소재와 첨단소재 등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직속 전담조직인 안전보건부문 및 안전보건경영팀을 신설했다.
각 사업장(여수공장, 대산공장, 울산공장 등)의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 바로 아래 안전팀과 환경팀에는 각각 공정안전관리팀, 장치검사팀을 재배치해 그 지위를 격상하기도 했다.
안전보건 관련 법령의무를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체제를 갖추려 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신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안전, 환경을 비롯해 윤리, 준법 등 비재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조직구성 외에도 안전과 환경 분야에 특화한 인력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안전과 환경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자회사와 협력사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 사업장의 생산 라인에 안경환경 전담인력인 안전협력자(SF, Safety Facilitator)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안전협력자 선임을 위해서 신규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전과 환경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투자금액도 늘려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3년 동안 안전과 환경 부문에 5천억 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는 시설설비, 운영비, 시스템, 컨설팅·진단, 교육훈련 등 안전보건 5개 분야에만 1655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당초 계획이었던 1289억 원을 29%로 웃도는 수치다.
올해에도 안전보건 5개 분야에 지난해 집행된 금액보다 많은 1718억 원을 편성했다. 환경투자를 포함하면 투자 예산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안전환경 대책을 발표한 뒤 전사적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기업이 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교현 부회장이 이렇게 롯데케미칼의 안전과 환경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표면적 이유는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다만 올해 석유화학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안전과 환경 투자에 공을 들이는 더 중요한 이유는 안전과 환경 문제가 실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3월 나프타 분해공정 과정의 압축공정 이상에 따른 대산공장 폭발사고를 경험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사고로 대산공장을 2020년 말까지 가동하지 못했는데 이로 인해 2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또 대전고용노동청으로부터 관리상의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과태료 5억 원가량을 부과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월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3차 ESG등급 조정에서 반복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했다는 점을 이유로 환경(E)부문 등급이 B+에서 B로 낮아지기도 했다.
ESG경영 역량은 친환경시설 투자나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ESG채권 등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는 데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안전과 환경 분야가 재무 요소와 깊게 연관된 것이다. 최근 실적이 악화한 롯데케미칼에는 과거 대산공장 사고와 같은 부정적 변수를 최소화해야 하는 일이 중요해진 상황인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원료 가격 상승 및 수요 둔화가 겹치며 영업손실 214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김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2년은 신사업을 육성하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적극적 안전·환경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