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전열을 정비했다.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온 기존 팀을 해체하거나 역할을 바꿨다. 새 출발을 위해 새 사람도 데려왔다.
17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ESG경영혁신실이 2분기에 조직 일부를 소폭 개편했다.
기존 EGS경영혁신실은 산하에 신성장1팀과 신성장2팀, 신성장3팀을 두고 있었는데 2분기 조직개편을 통해 신성장3팀을 해체했다. 신성장2팀은 신사업을 지원하는 팀으로 성격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신성장2팀의 수장에는 새 사람을 발탁했다.
롯데쇼핑 소속으로 유통군HQ(헤드쿼터) 경영전략본부 사업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던 정경운 상무가 7월1일자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지주가 ESG경영혁신실을 통해 수행하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후속 조치를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ESG경영혁신실은 과거 롯데그룹의 모든 방향을 결정했던 정책본부가 맡았던 역할 가운데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의 기능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산하에 신성장1·2·3팀을 놓고 각각의 팀에 인수합병, 바이오사업 진출, 헬스케어사업 진출 등의 다른 임무를 맡겼다.
이들 가운데 신성장2팀과 신성장3팀은 모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신성장2팀은 6월에 롯데바이오로직스라는 바이오사업 전담 법인을 설립했다. 앞서 신성장3팀 역시 4월에 롯데헬스케어라는 헬스케어사업 담당 법인을 만들었다.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는 조직의 수명이 다 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성장2팀과 신성장3팀을 이끌던
이원직 상무와 우웅조 상무보는 각각 6월6일, 3월31일자로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로 전출됐다.
신성장3팀을 해체한 것도 결국 롯데헬스케어 법인 출범에 따라 롯데지주에서 남은 역할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
대신 롯데지주는 신성장2팀에 대해서는 임무를 바꾸는 방식으로 팀을 유지했다. 기존에는 바이오사업 진출이었지만 앞으로는 신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것이 롯데지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의 ESG경영혁신실과 그 산하 조직인 신성장팀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직 정비는 '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가다듬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 신성장2팀을 이끌게 된 정경운 상무는 이런 역할에 적임자라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정 상무는 2020년 10월 롯데쇼핑 HQ(헤드쿼터)에서 기획전략본부장을 맡으며 롯데그룹에 등장한 ‘외부 출신’ 인재다.
롯데그룹에 합류하기 전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금융분야 컨설턴트를 맡았으며 AIG에서는 기획·마케팅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에 동아쏘시오홀딩스 경영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부터는 동아에스티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다.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롯데그룹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출신인 정 상무가 롯데쇼핑 요직을 맡은 것은 이례적인 시도였다. 정 상무가 맡았던 HQ 기획전략본부장은 롯데쇼핑의 주요 5개 사업부(백화점, 마트, 슈퍼, 롯데온, 롭스)를 총괄하는 자리로 과거에는 비롯데 출신에게 문이 닫혀 있었다.
정 상무의 합류를 놓고 당시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조직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독한 인사’의 서막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롯데쇼핑의 두뇌 격인 기획전략본부장으로서 신사업과 신규투자를 맡았다.
정 상무가 롯데쇼핑에 몸을 담았던 기간이 길지 않아 성과를 논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신성장2팀장으로 이동한 것은 그룹과 꾸준한 소통이 필요한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평가다.
롯데지주가 조직 전열을 가다듬은 만큼 앞으로 전략기획 전문가로 평가받는 정경운 상무가 신사업 지원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롯데그룹 측은 기대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의 시장 안착은 물론 롯데그룹이 새 성장테마로 꼽은 모빌리티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