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상반기 신한은행의 호실적을 이끌고 성공적 프로젝트로 브랜드 위상을 높이며 그룹내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
진 행장이 하반기에도 성과를 내 연말 인사에서 다시 한 번 연임에 성공한다면 신한금융그룹의 미래 회장감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여러 임원들 가운데 유력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7월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2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향후 전략을 임직원과 공유하고 있다. <신한은행> |
다만 금융감독원이 현재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4월 48조 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사업을 따낸 데 이어 전날 발표된 인천시 금고지정심의원회 결과 12조 원 규모의 인천시 금고사업을 수성한 것을 놓고 진 행장의 용인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행장은 지난해 말 기관영업에 경험이 많은 박성현 부행장을 신한금융지주에서 직접 영입한 뒤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사업 수주전과 관련한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현 부행장은 신한은행이 2018년 서울시 금고사업을 따낼 때 주역으로 평가된다.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으로 옮겼는데 지난해 말 진 행장의 요청으로 신한은행 기관그룹장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서울시 1금고와 2금고를 동시에 따내고 인천시 1금고를 지키며 서울과 인천의 곳간을 책임지는 은행으로 위상을 크게 높였다.
특히 이번 인천시 금고사업 수주전에서는 향후 인천 청라로 거점을 옮기게 되는 하나은행의 거센 도전을 받았는데 이를 물리치고 수성하는 성과를 냈다.
신한은행은 진 행장 체제에서 시금고사업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일 데이터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20대와 30대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SNS)에 가장 많이 포스팅한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조사됐다.
2030세대는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신한은행 관련 포스팅을 모두 3329건 올렸는데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과 배달앱 ‘땡겨요’와 관련한 포스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땡겨요는 진 행장이 올해 초 신사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배달앱으로 최근에는 가수 싸이씨를 모델로 기용해 경쟁업체인 ‘배달의민족’을 저격하는 듯한 TV광고를 내보내기도 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진 행장이 상반기 신한은행의 호실적을 이끈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상반기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상승 등에 따른 순이자마진 증가로 대부분 순이익이 크게 늘었는데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 1조6830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에서 우리은행(22%), KB국민은행(21%), 하나은행(10%)보다 앞섰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사업으로 힘을 주고 있는 디지털사업에서도 진 행장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7월 금융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서울시 중심의 민관 협력네트워크인 ‘디지털 역량강화 협의체’에 참가했다.
진 행장은 당시 서울시가 주최한 '디지털 약자와 동행’ 행사에 참석해 “디지털 포용을 위한 지원은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누구나 안심하고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스마트시티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5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사업의 참여도 확정했고 KT와 지분을 교환하는 과감한 전략관계를 맺은 뒤 TV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구체적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핀테크와 IT업체의 금융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한금융그룹이 주도하는 디지털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디지털과 관련된 진 행장의 성과가 계속 중요하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진 행장은 1986년부터 30년 넘게 신한은행에서 일한 신한맨으로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부부장, 자금부 팀장, 일본 오사카지점장, 신한은행의 일본법인 SBJ은행 법인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거쳐 2018년 12월 2년 임기로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이후 2020년 말 2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는데 신한금융그룹이 보통 최고경영진을 1년 단위로 연임하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긴 임기를 부여해 그룹 내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 행장은 2019년 12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음 회장후보로 선정되며 면접을 치르기도 해
조용병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조용병 회장은 6월 말 대법원의 최종판결로 채용비리 관련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만큼 내년 3월 재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따라 계열사 수장과 주요 임원에게 신뢰를 이어가는 안정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과 검찰이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신한은행을 상대로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금감원이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상황’을 발표한 다음 날인 7월28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금감원은 7월 말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상황’ 발표 당시 신한은행에서 2021년 2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약 1년5개월 동안 2조5천억 원(20억6천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 외환담당자를 넘어 윗선까지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은 현재 은행의 내부통제제도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외환거래 검사 건도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 자료를 보니 훨씬 더 심각했다“며 ”사모펀드 사태 이후에도 횡령과 이상 외환거래가 계속 나오는 등 은행권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7월 말 거액의 해외송금과 관련된 은행 검사 진행상황을 브리핑하며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은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