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리테일의 2분기 실적을 놓고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증권사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22년 1월3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비전 선포식에서 GS리테일의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 GS리테일> |
[비즈니스포스트] GS리테일이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온라인 전환에 주력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GS리테일이 받는 부정적 평가는 '낙제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력해온 디지털커머스에서 좀처럼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평가의 주된 이유다.
10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9일 발표된 GS리테일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하회한 이유는 디지털커머스의 비용 부담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022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169억 원, 영업이익 474억 원을 거뒀다. 2021년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3.2%, 영업이익은 10.8% 늘었다.
하지만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하면 GS리테일이 낸 영업이익은 투자자들의 눈높이보다 7~10%가량 낮았다.
GS홈쇼핑의 합병 효과(2021년 7월1일 GS리테일에 흡수합병)를 제외하면 GS리테일의 성적표는 더욱 참담하다.
GS홈쇼핑이 2분기에 낸 실적을 제외하면 GS리테일은 매출이 8.9%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64.3% 후퇴했다. ‘어닝 쇼크’와 다름없다.
디지털커머스사업의 적자가 GS리테일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GS리테일은 디지털커머스사업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는다. 헬스앤뷰티, 자회사 등이 포함된 공통 및 기타부문으로 함께 묶어서 실적을 발표한다.
GS리테일이 올해 2분기에 공통 및 기타부문에서 거둔 실적은 매출 1254억 원, 영업손실 670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22.7% 늘었지만 적자 규모도 129.5% 급증했다.
GS리테일은 이 가운데 디지털커머스를 맡고 있는 GS프레시몰과 관련해 “매출 상승을 위한 쿠폰비와 광고판촉비, 배송비가 증가했다”며 “배송 전담 물류시스템인 프라임센터 오픈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커머스는
허연수 부회장이 GS리테일이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해온 분야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7월1일 통합 GS리테일 출범을 맞아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디지털커머스를 주축으로 모든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며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대장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 부회장은 “서로가 가진 핵심 역량과 자산을 융합해 특별한 고객 경험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며 “사업 영역을 확대해 고객의 일상에 녹아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성적표만 보면 허 부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초기 투자 단계에서 실적이 부진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투자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를 놓고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GS리테일의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디지털커머스 투자에 대한 시너지가 창출돼야 한다”며 “디지털커머스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투입으로 연간 2천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매출 성장이 절실하다”고 바라봤다.
GS리테일이 디지털커머스사업에서 내고 있는 매출이 적자를 합리화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사업만 가지고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며 “미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부진한 것도 사실이지만 사업 효율화 등을 통해 앞으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커머스에서 힘을 쏟는 나머지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기존 사업 경쟁력을 복원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GS리테일 분석리포트에서 “디지털 투자로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회사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고 편의점사업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GS리테일은 2분기에 편의점사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7.6%, 0.9% 늘었다. 경쟁사인 BGF리테일이 편의점사업에서 2분기에 매출 13%, 영업이익 25%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편의점 기존점 성장률도 GS리테일은 2.9%로 BGF리테일의 5.5%에 한참 떨어져 있다.
편의점업계 1위 기업인 BGF리테일을 추격하는 데 있어 다소 거리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사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 분기 지표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디지털커머스사업에서 뾰족한 해답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GS리테일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온라인 전환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손을 떼겠다며 전략을 수정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온라인 전환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10일 GS리테일 분석리포트를 낸 7개 증권사 가운데 4곳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GS리테일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하향조정한 증권사도 3곳이나 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