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회생을 위해 눈 앞의 급한 불을 일단 껐다.
현대상선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해운동맹 가입을 타진하면서 사업운영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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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제시한 자율협약 지속 조건을 대부분 이행해 앞으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성공했고 해외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사실상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제부터 채권단과 사채권자 등과 합의한대로 출자전환을 실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7일 이사회를 열고 2조525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액면가 5천 원의 주식을 2억3600만 주 발행해 7월18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이번 유상증자 액수 가운데 채권단과 사채권자, 해외선주 등을 통한 출자전환이 2조972억 원을 차지한다. 이 밖에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4280억 원어치의 주식을 증자한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정부가 선박펀드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400% 미만으로 떨어진다.
현대상선은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아 초대형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을 확보해야 운항효율을 높일 수 있고 새 화주와 계약을 따내는 데도 유리해 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운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초대형 선박 발주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도 재무구조 개선이 마무리되면 선박펀드를 활용해 초대형 선박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은 새로운 글로벌 동맹에 가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했다. 현대상선은 내년 출범하는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동맹에 소속된 해운사들과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디 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들과 실무 차원에서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 선사들에게 정부가 현대상선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또 약 1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해운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구조조정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앞으로 현대상선이 동맹에 편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