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떠나는 민심에 결국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했다.
윤 대통령이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자 정치권 일각에선 전반적 국정 수습을 위해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등 참모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8일 출근길 문답에서 정치권 안팎의 인적쇄신 요구에 "국정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잘 살펴보고 필요한 조처가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출근길 문답에 앞서
박순애 부총리가 이날 자진사퇴할 거란 보도가 나왔던 만큼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박 부총리의 사퇴를 에둘러 밝히는 것으로 읽혔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했다.
박 부총리가 자진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사실상 경질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 '외국어고 폐지' 등 새 정부의 첫 교육정책을 놓고 빚어진 혼선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만큼 더이상 박 부총리를 두둔하기 힘들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부담이 커지자 국정 수습을 위해선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7.5%, 부정평가는 70.1%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70%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평가는 2주 연속 30%선이 무너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 밑으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24%까지 떨어졌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상황이라 야권을 중심으로 박 부총리의 사퇴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미 국민적 심판이 끝나 식물 장관, 투명 각료로 전락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다"며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적 인적 쇄신으로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보다 더 과감하게 쇄신을 단행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임을 진심으로 조언해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 구체적 인적쇄신 명단도 거론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교육부 장관 나가는 것은 언 발에 오줌도 안된다"며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한테 나가라고 할 수는 없으니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이 '내 탓이오' 하고 나가줘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그러면서 "민심이 떠났는데 오늘 빈손 복귀하고 뭐 더 열심히 분발하자? 더 낮은 자세로? 이거 가지고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 번 기용한 인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쉽게 바꾸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인적쇄신에 소극적이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당장의 인적쇄신보다는 참모진 재신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채 민생경제 행보를 강화해 국정동력을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 등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박순애 부총리 경질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김대기 실장이나
이진복 수석이 물러난다면 한 번 믿음을 준 인사는 끝까지 안고 간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사'가 꼽힌다. 윤 대통령이 이 부분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국민여론이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박 부총리의 경질이 부적격 인사와 정책 혼선에 대한 조치라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교체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사적계약' 등 여러 논란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참모진 교체에 더욱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쉽지 않은 후임자 인선 등 문제를 고려할 때 교체 폭은 상징적 선에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남형 기자